사람과 사람

대구대교구 성모당 봉헌 100주년 축하 위해 방한한 프랑스 뤽 라벨 대주교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10-16 수정일 2018-10-16 발행일 2018-10-21 제 311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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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한국교회는 영적인 피를 나눈 가족입니다”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에 사제 파견
교계제도 등 초기 교회에 큰 역할
친교 관계 더욱 탄탄히 이어가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교구장 뤽 라벨 대주교는 “프랑스와 한국은 성모 마리아를 한 어머니로 모신 형제자매”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 박원희 기자

“성모 마리아는 한국과 프랑스교회를 한 형제자매로 연결시켜주셨습니다. 저 또한 한국교회와 한 가족으로서 바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대구대교구 성모당 봉헌 100주년 기념행사와 감사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10월 8~17일 9박10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뤽 라벨(Luc Ravel) 대주교는 “우리는 성모 마리아를 한 어머니로 모신 형제자매”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프랑스 신앙선조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으로 자라난 또 하나의 열매가 바로 현재 한국교회를 이루고 있는 신자들”이라며 “우리는 같은 신앙 안에서 영적인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인사를 나눴다.

프랑스교회와 한국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교를 유지하고 있다. 1825년 한국의 신앙선조들은 교황에게 사제 파견을 요청했고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는 이에 응답해 선교사를 파견했다.

프랑스인 선교사들은 이땅 곳곳에 복음을 전파한 것은 물론, 한국인 사제 양성과 한국교회 교계제도 정착 등을 위해 특별히 더 헌신했으며 순교로 신앙을 증거했다.

라벨 대주교는 그들 중 대구대교구 초대교구장인 플로리앙 드망즈 주교(Florian Demange, 한국명 안세화)의 고향 교구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교구의 현직 교구장이다. 드망즈 주교는 대구의 초대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루르드의 성모를 교구 주보로 정했으며 지금부터 꼭 100년 전, 교구 기초를 다지도록 도와준 성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을 본따 만든 성모당을 봉헌했다.

라벨 대주교는 “우리에게 성모신심은 ‘신앙의 온도계’와 같은 것”이라며 “성모신심을 잃어버리는 것은 신앙이 약화됐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화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역사 안에서 친교를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라벨 대주교는 신앙선조로부터 이어진 이 친교의 관계를 더욱 탄탄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과 프랑스교회 각 본당 성지순례를 통한 교류도 제안했다. 스트라스부르대교구 관할 내에는 1491년 성모가 발현한 성지를 비롯해 40여 곳의 성모순례지가 자리하고 있다. 교구 역사 또한 지난해 주교좌본당 설립 1000주년을 기념했을 정도로 뿌리 깊다.

“오늘날 각국 교회마다 저마다의 어려움은 갖고 있지요. 하지만 서로가 연대하고 문화 간 교류를 통해 각자의 신앙을 성찰하고 북돋울 수 있습니다.”

특히 라벨 대주교는 만약 지금 우리에게 성모가 발현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처럼 ‘기도하고 보속하라’는 당부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이 시대 신앙인들이 회개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형제자매로서의 친교 관계를 잘 이어가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 라벨 대주교는 “지금 우리 신앙인들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딘지 다시 돌아보며 신앙선조들의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권고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