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올해 10회째 맞는 ‘38선 티모테오 길 도보순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10-16 수정일 2018-10-16 발행일 2018-10-21 제 311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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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위해 희생한 사제의 삶 기억”

제10회 38선 티모테오 길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10월 9일 순례길을 걷고 있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신앙과 자유를 찾아 남하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다 순교한 고(故) 이광재 신부(티모테오·1909~1950)를 기리기 위한 ‘38선 티모테오 길 도보순례’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춘천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이종명, 담당 김혜종 신부)가 주관한 이번 순례에서 참가자 1500여 명은 교구 양양성당에서부터 송이밸리자연휴양림, 오상영성원, 부소치재까지 약 12㎞를 걸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광재 티모테오 신부의 희생과 돌봄을 묵상하며…’를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추모미사를 거행했다. 미사는 교구장 김운회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미사에 앞서 교구 오상영성원 인근에서는 이 신부를 추모하기 위한 연극도 진행됐다.

교구 양양본당 주임 박명수 신부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이광재 신부님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순교자의 삶을 산 한 명의 사제를 기념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라며 “동포들을 위해 값진 피를 흘렸던 신부님의 삶을 통해 우리 또한 순교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이광재 신부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 15일부터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신앙과 자유를 찾아 남하하는 북한 주민들의 월남을 도왔다. 당시 38선 부근에 위치한 양양성당 3대 주임이었던 이 신부는 북한 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이 본당에 찾아와 38선을 넘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이들을 안전하게 숨겨줬다가 본당 교우들을 통해 38선 이남으로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줬다. 북한 신자들을 돌보기 위해 북한으로 떠난 이 신부는 1950년 6월 24일 북한군에 잡혀 원산 와우동 형무소에 수감됐고, 그해 10월 8일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이튿날인 10월 9일 세상을 떠났다.

교구는 이 신부의 삶을 기리기 위해 북한 주민들이 남하한 길을 ‘38선 티모테오 길’로 명명하고, 2009년부터 매년 이 신부가 순교한 10월 9일에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