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최남순 수녀 교도서 일기] 75 가정 파괴범은 누구인가 11

입력일 2018-10-15 수정일 2018-10-15 발행일 1993-09-12 제 187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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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복음 읽고 감사의 눈물흘려

예수님을 알고있음은 구원상태
수녀님, 오늘은 루가 복음 19장 1절부터 10절까지를 읽고 마음에 와 닿아 한없는 위안과 예수님의 깊은 사랑에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자캐오는 단순히 호기심에서 예수님을 보고 싶어 돌무화과 나무에 까지 올라갔지만 예수님은 그를 보시고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하고 부르셨지요. 예수님은 하느님이시기에 그의 착한 마음뿐 아니라 이름까지 다 알고 계신 것….

여기서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자기 이름을 불렀을 때 얼마나 기쁘고 순간 놀랐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을 알고 함께 있다는 그 자체가 구원인 것 같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자캐오의 집에 가신 것을 모두들 비난했으니까 저도 사람들의 비난을 달게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가 죄인인 것을 알고 계시면서 그 집에 머물겠다고 자청하실 만큼 그를 사랑하셨지요. “사실 인자는 잃을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습니다” 바로 상인이를 구원하러 오심을 생각 할 때 저도 자캐오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평온한 마음으로 지냅니다.

이곳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10개월이 지났어요. 인간사 천태만상 비일비재한 일들로 채워진 이곳 사람들, 정말 저 자신을 떠나서라도 견딜 수 없는 마음이 되곤 해요.

수녀님, 제가 출소 후 명동성당에서 교적을 떼어 가지고 왕십리본당으로 옮기는데 그곳 접수하는 아가씨가 저보고 “학생이예요?”

“…” “그럼, 회사다니세요?” “아뇨” 머뭇머뭇.

그땐 왜 그리 용기가 부족했는지…제 과거도 그렇게 소외된 느낌이…전 그때 아주 바보가 되고 말았지요.

수녀님,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고 두려운 분이 바로 수녀님이세요.

언제나 자비하신 하느님 사랑 안에 계신 수녀님! 오늘 발길 닿는 곳에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다음엔 만나면 영적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그레고리오 올림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