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남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10-09 수정일 2018-10-09 발행일 2018-10-14 제 311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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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불안감 덜어내고 기도와 묵상 안에서 힘 얻길

【질문】남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직접 또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은 적이 꽤 있습니다. 제 앞에서는 친한 척하고 선의로 대하는 것 같은데 뒤에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답변】과도한 불안감 덜어내고 기도와 묵상 안에서 힘 얻길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명절 때면 가족들이 모여서 단란하게 지낼 것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함께 모여서 조상들을 기리고, 조상에게 감사하고, 함께 먹을 것을 나누고 도란도란 이야기할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기대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지는 의문입니다. 매스컴이나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말들을 보면 부모와 자식이 서로 이해하기는커녕 자신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고, 옆에서 친척들이 그것을 거들고, 자녀들은 그로 인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습니다. 다음 명절에 귀향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망설이면서 가족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했던 모든 기대가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시댁으로 가야 하는 많은 며느리들의 입장에서는 명절이 결코 즐거운 나날들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겠습니까? 이렇게 가족이라는 명목하에 모인 이들도 어려운데 전혀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있는 사람은 갑질을 하고 없는 사람은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어 내야 하는 그런 사회 현상이 가슴 아프게 하는 현실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뒷담화를 듣는 것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학교 시절에는 은따, 왕따 등으로 사람을 어렵게 하고, 직장에서까지 이런 행태가 이어지는 사회는 병들어있는 사회라고 보입니다. 게다가 본인의 면전에서는 좋은 태도를 취하지만, 뒤에서 비난한다면 더더욱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신병리 중에 범불안장애라는 진단명이 있습니다.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이를 통제하기 어렵고 불안과 연관된 다양한 신체 증상, 예를 들면 불면 등이 생겨납니다. 인간은 동물이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어느 정도 불안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불안은 정상적인 심리 반응이기 때문에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느 정도 불안을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조금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치료를 통해서 불안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불안장애를 앓게 되면 우울증도 함께 따라옵니다.

직장생활에서 남을 못 믿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만, 불안감에 너무 휩싸이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휴식도 필요하고, 취미생활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정말 믿을 만한 벗이 몇 사람이라도 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명상, 묵상을 통해서 하느님과 기도하고 기도 안에서 편안한 시간들을 보내시고, 힘을 얻어서 사회생활을 잘 영위해 나가시길 빕니다. 명상법과 근육 이완법을 잘 배우셔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호흡법을 통한 기도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주 예수 그리스도님”, 숨을 내쉬면서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를 하루 중에도 많이 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도움으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7)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