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 펴낸 성서신학자 허규 신부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8-10-09 수정일 2018-10-10 발행일 2018-10-14 제 311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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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런 책이란 오해 풀고, 위로의 책으로 다가가길”
박해 받는 신앙인에게 전한 계시로
상징적 요소 사용한 요한 묵시록
쓰여진 배경과 비유 꼼꼼히 설명해
왜곡된 선입관 극복하도록 이끌어
요한 묵시록은 ‘종말’, ‘구원’, ‘심판’과 같은 주제들을 담고 있다. 종교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눈길을 끌만한 내용이지만, 온갖 상징적 언어와 표현들로 이해하기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많은 오해를 낳기도 한다.

요한 묵시록의 올바른 이해를 돕는 책이 나왔다. 성서신학자 허규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가 지은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다. 요한 묵시록의 저술 배경과 본문 분석을 통해 말씀 속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요한 묵시록은 ‘환시’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면서, 상징적 요소나 비유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책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원후 95년경 당시에는 꿈이나 환시를 전하는 방식이 그리 낯설지 않았겠지만, 현대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는 신자들이 요한 묵시록을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 책입니다.”

허규 신부는 신·구약성경 마지막에 있는 요한 묵시록에 대해 성경 전체를 요약해 놓은 의미들이 많은 ‘위로와 희망의 책’이라고 정의한다.

허 신부는 이번 책이 평소 성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말한다. ‘기왕이면 새 신자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쓰면 어땠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손사래를 친다.

“A는 B야! 라고 설명한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쉽겠지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성경이 말하려는 의도가 아닌,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맞게 성경 본문의 의미를 왜곡해 가르치고 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유사종교들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성경도 요한 묵시록이죠.”

허 신부는 특정 유사종교에서 자주 인용하는 14만4000에 대한 왜곡을 예로 들었다.

“요한 묵시록에서 14만4000은 하느님 나라 백성 전체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특정 유사종교는 14만4000명의 신도 수가 차면 종말이 올 것이고, 자신들은 요한 묵시록에서 약속된 보상, 상급의 수혜자라는 면을 강조합니다. 14만4000을 그저 헤아려 세는 숫자로 해석한다면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이죠. 상징이나 비유를 통해 쓰인 책을 직설적으로 해석할 순 없겠습니다.”

허 신부는 심지어 교회 안에서조차 요한 묵시록을 미래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는 일종의 비밀스런 책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허 신부는 이런 오해를 풀고자 묵시록이 쓰인 배경과 비유 등을 꼼꼼히 풀어 설명한다. 신자들이 요한 묵시록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관을 극복하고, 왜곡된 해석을 뛰어넘어 본래 의미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허 신부는 “많은 상징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그 흐름을 쉽게 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는 성경 속 상징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서다.

신·구약성경의 마지막에 있는 요한 묵시록에 대해 허 신부는 성경 전체를 요약해 놓은 의미들이 많이 내포돼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을 ‘위로와 희망의 책’이라고 정의한다.

“요한 묵시록의 시대적 배경은 ‘박해’입니다. 박해 당하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보내진 계시인데요. 물론 지금 우리가 박해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박해를 보다 넓게 해석한다면, 어떤 외부적인 힘 때문에 내적 신앙의 가치를 잃을 위기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위로와 함께 내적 신앙의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을 희망들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요한 묵시록은 지금도, 또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한 책입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