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자연을 지키는 힘 / 정다빈 기자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10-02 수정일 2018-10-02 발행일 2018-10-07 제 311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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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계절마다 제주도를 찾게 된다. 봄에 찾은 제주도는 벚꽃과 유채꽃이 함께 만개해 더없이 아름다웠다. 풍광 좋은 바닷가마다 큰 유리창을 낸 카페와 근사한 호텔들이 들어서 있었다. 봄의 제주도는 완벽한 휴가처였다.

그리고 여름, 제주 4·3 70주년을 기리는 ‘평화·신앙 캠프’ 취재로 다시 제주를 찾았다. 처음으로 4·3평화공원과 4·3 유적지들을 둘러봤다.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아픈 역사에 대해 눈 감고 있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가을에 다시 찾은 제주에서 이 땅이 상징하는 복합적이고 모순된 여러 가치에 대해 돌아봤다. 제주는 오랫동안 차별과 배제로 고통받았고 4·3이라는 엄청난 학살을 감내해야 했던 아픔의 땅이다. 그러나 아픔이 있었기에 화해와 평화를 향한 의지 또한 강하다. 조선 시대 제주 사람들은 출륙 금지령에 묶여 육지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로 대한민국의 어느 곳보다 오가는 것이 자유로운 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특수한 생태계를 보전한 곳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이 불러 모은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난개발은 제주의 생태와 지역 주민들의 삶을 훼손하고 있다. 오늘의 제주는 난개발과 싸움 중이다. 낙관하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돼 주민들의 삶과, 생명의 근원인 자연림을 지켜나가는 생태 마을 ‘선흘1리’ 사례는 더욱 인상적이다. 결국 경제와 행정의 논리에 맞서 자연을 지켜내는 힘은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다.

정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