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내 안에 계신 하느님 / 이명자

이명자(데레사·제1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
입력일 2018-10-01 수정일 2018-10-02 발행일 2018-10-07 제 311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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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세례를 받던 해 늦가을에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양가를 통틀어 유일한 가톨릭신자가 된 저는 이 소중한 동아줄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언니에게 성당 근처에 집을 구해달라고 당부하였고, 공덕동 언덕배기로 이사를 했습니다.

어느 날, 이웃 자매가 급히 오라기에 갔더니 성경책을 펼쳐 놓은 한 아주머니가 가톨릭교회가 잘못 가르치는 교리라며 하나하나 설파하는데 요샛말로 ‘깜놀’과 동시에 제 머릿속이 마구 엉클어지는 듯했지요.

세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것도, 아는 분도 없어 다급하고 막막하여 기도를 하려고 성당에 가니 수녀님 홀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간 순간, 기도에 방해를 받으신 수녀님의 싸늘한 눈길에 입도 못 떼고 돌아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떻게든지 성경공부를 해서 내가 믿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정당함을 확인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를 공부하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참으로 컸고, 이어서 탈출기와 4대 복음서, 서간들까지 공부하면서 하느님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보냈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엔 모범적인 신앙인이 되어갔지만 내면에는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 없는 메마른 지식이 쌓이고, 거기에 허영심과 욕망들까지 뒤섞여 어느 새 저를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걸까? 어둠 속에서 하느님 부재를 절감하던 중 한국CLC의 교육과 후속과정을 하게 됐습니다. 많은 것들이 명료해지고 새로웠는데, 특히 이냐시오 영성의 ‘원리와 기초’를 접했을 때에 예수님의 삶과는 상관없는 세속적 가치들(건강함, 부귀, 명예, 장수함)로 가득한 채 그럴듯한 신앙인으로 포장돼 꼭꼭 숨어 있는 내가 드러났습니다.

하느님과 악 사이에서 영향을 받는 영적 존재로서의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방식. 그분은 나의 경험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과 감정들을 통해 늘 함께 해 오셨는데 저는 밖에서 헤맸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닌 이상화된 나를 나라고 고집하면서 스스로 어둠 속에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이명자(데레사·제1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