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프란치스코 교황,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사목방문

입력일 2018-10-01 수정일 2018-10-02 발행일 2018-10-07 제 311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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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와 소련 치하 희생자 추모하며 기도
미사 봉헌·기도회 참석
종교 간 화합·일치 당부

9월 23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소재 ‘점령과 자유 투쟁 박물관’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치와 소련 치하에서 고통받은 이들을 위해 헌화한 뒤 기도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2~25일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사목방문해 나치와 소련 치하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고 종교간 화합을 강조했다.

발트 3국은 제1차 세계대전 뒤인 1918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다. 이후 1940년, 소련에 강제로 병합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독일에 점령되기도 했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 다시 독립한 발트 3국은 2004년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다.

교황은 9월 2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도착했다. 리투아니아는 국민 77%가 가톨릭 신자로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가톨릭교회가 다수인 나라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교황은 나치와 소련의 점령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당시 순교한 순교자들을 기억했다. 또한 가톨릭 신자와 루터교 신자, 동방정교회 신자들 사이의 화합과 일치를 당부했다.

이튿날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를 방문한 교황은 10만여 군중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나치 치하에서 고통을 받은 유다인들을 추모했다. 교황은 “유다인들은 모욕과 잔인한 형벌로 고통을 받았다”고 위로했다. 이어 소련 치하에서 시베리아 강제수용소로 추방되거나 고문을 당하고 숨진 리투아니아인들을 추모하며 “나이든 세대는 여전히 소련 점령 기간의 흉터, 추방된 이들과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걱정, 밀고자와 반역자였던 과거의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동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유다주의에 대해 경고했다. 교황은 “자신만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강요하고,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고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4일 라트비아 리가에 도착한 교황은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라트비아 독립기념비에 헌화했다. 또한 루터교와 동방정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리가의 루터교 대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해, 나치와 소련 치하에서 받은 고통을 위로했다.

이어 교황은 성 야고보 대성당에서 나치와 소련 치하를 겪어낸 가톨릭 신자들을 만나 위로 했다. 교황은 “나치와 소련의 통치도 여러분 가슴 안에 있는 신앙의 빛을 꺼뜨리지 못했다”면서 “세상 끝날까지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보고 맛들이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라트비아에는 루터교 신자가 30%로 가장 많고, 가톨릭 신자가 25%, 정교회 신자가 20%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발트 3국 사목방문 여정의 마지막 날인 25일, 교황은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청년들을 만나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사랑은 죽지 않으며, 우리에게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마음을 열고 사도로서 주님의 복음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탈린 자유광장에서 1만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교황은 에스토니아 신자들에게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하다 해방된 유다인을 상기시키며 “여러분은 자유를 위한 투쟁이 무엇인지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권력욕에 사로잡히는 대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보호를 받는다는 확신으로 과감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당부했다.

교황의 해외 사목방문은 이번이 25번째로, 교황은 모두 39개 나라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