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청-중국, 주교 임명 합의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10-01 수정일 2018-10-02 발행일 2018-10-07 제 311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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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계 청신호… 교황, 中 정부측 후보자에 승인·거부권 가져
프란치스코 교황, 승인 없이 서품된 7명 주교에 대한 제재 철회

중국교회의 주교 임명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교황청과 중국이 합의를 이뤄냈다.

교황청은 9월 22일 교황청 사절단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교회 활동의 아주 중요한 문제인 주교 임명에 관해 ‘잠정 협약’(Provisional Agreement)을 맺어 양국 사이의 더 큰 협력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협약서에는 교황청 외무차관 앙트완 카밀레리 몬시뇰과 중국 외교부 왕차오 부부장이 서명했다. 교황청은 협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이번 협약으로 향후 양국 사이의 대화가 열매를 맺고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면서 “협약은 중국교회의 활동과 중국 국민의 공동선, 세계 평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협약으로 중국 가톨릭 신자들은 “중국 정부의 인정을 받고 교황청과 일치하는 주교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버크 대변인은 “이번 협약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관점이 전혀 다를지라도 인내를 갖고 양측의 의견을 듣는 대화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로 서품돼 파문된 7명의 주교에 대한 제재를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중국교회 주교들은 교황청과 중국 간 국교 단절 뒤 처음으로 모두가 교황청과 일치를 이루게 됐다.

중국 주교 임명에 대해 협약서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중국 주교들은 중국교회 공동체가 선출해 주교 서품 전 교황의 승인을 받아 임명될 것으로 보도했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에 따르면, 교황은 중국 정부가 제안한 주교 후보자를 조사 뒤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만일 교황이 거부하면 중국 정부는 새로운 후보자를 제출해야 한다. 결국 중국 주교의 임명권은 교황에게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했다. 교황은 9월 25일 발트 3국 사목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약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주교를 임명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궁극적으로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화의 과정이지만, 주교는 교황청, 바로 교황이 임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이번 협약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오랜 은밀한 협상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한 뒤, “내가 협약에 서명을 한 것과 마찬가지이니 내가 책임을 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황은 9월 26일 ‘중국과 보편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중국과의 잠정 협약 체결은 중국에서의 복음 선포와 중국 가톨릭 공동체와의 일치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번 협약은 중국교회에 훌륭한 목자들을 임명하고자 하는 희망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교황청도 노력하겠지만, 평신도를 포함해 중국교회 구성원들이 힘들고 중요한 주교직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 좋은 후보를 찾는 데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