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이형진 (하)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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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으로 답하고 더 큰 기쁨 얻어
■ 갈릴래아 호수로 오세요

“갈릴래아 호수로 오세요 그분을 처음 만났던 곳”

2016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당시 이형진(가브리엘)씨는 순례의 은총과 기쁨보다 두려움을 더 크게 느꼈다. 건강검진 결과 때문이었다.

“대장암 판정을 받았었어요. 상황이 썩 나쁘지 않다고는 해도 마음이 무거웠죠. 병이 더 커지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면서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순례 중 갈릴래아 호수가 이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호수를 떠나기 전,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치는 거예요. 야외에서 생활성가 콘서트를 할 계획이었는데 힘들게 됐죠. 하늘만 바라보며 걱정하는데 누군가 ‘이 정도 날씨였으면 베드로 사도가 겁나긴 했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저 또한 겁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람을 멈추어 주실 분은 예수님이신데 예수님이 아닌 병에 집중해 두려워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만든 성가가 ‘갈릴래아 호수로 오세요’이다. 이씨에게 갈릴래아 호수는 바로 ‘예수님을 만난 곳’이었다.

“갈릴래아 호수는 물고기를 잡던 사도들의 삶의 자리였고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곳이었죠. 삶과 신앙, 이 모든 곳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갈릴래아 호수였습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갈릴래아 호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기를 잡던 어부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라오너라’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그들은 사람 낚는 어부가 됐다. 그렇다면 이씨에게 있어 갈릴래아 호수는 어디일까?

“저에게 갈릴래아 호수는 경기도 의왕 성라자로마을입니다. 한센인들을 위한 이 복지시설에서 20살 때 찬양봉사를 했었습니다. 당시 차비가 없어서 고등학생인 사촌동생에게 회수권을 두 장씩 빌려 겨우 가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강의를 맡게 됐어요. 부담스러웠지만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돈이 없는 현재의 상황과 회수권을 빌려서 이곳까지 온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기도 모임이 끝나고 누군가 봉투를 건넸습니다. 그 안에는 꾸깃꾸깃한 지폐와 동전들이 들어있었어요. 제 사연을 듣고 한센인들이 돈을 모아 주셨어요. 제가 위로를 드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니 비참하면서도 감사하고 행복하면서도 슬펐죠.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 이런 삶을 산다고 해도 계속 찬양 할 거니?’ 저는 그 물음에 ‘아멘’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30년을 걸어왔네요.”

찬양사도의 삶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했다.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찬양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서운함 보다 찬양을 통한 은총과 기쁨이 더 컸다.

“누구에게나 갈릴래아 호수가 있을 것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면 자신의 갈릴래아 호수를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