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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오늘] (7·끝) 청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앙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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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 지친 청년들, 교회로 오라
힘겨운 만큼 신앙에 갈증 느끼는 청년들
하느님 안에서 ‘참된 행복’ 찾기가 중요
세상적 만족과는 다른 가치 알고 느껴야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신조어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됐다. 삼포로도 부족해 사포, 오포세대가 나오고 점점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자 언제부터인가 ‘N포세대’라는 말도 등장했다. 청년들은 ‘이태백’을 들으면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인을 떠올리기보다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자조 섞인 현실 앞에 슬퍼한다.

청년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정책을 내놓기도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시큰둥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 청년들은 어떨까? 교회 청년들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세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신앙 안에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기 위해 성당을 찾는다.

청년들은 세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신앙 안에서 위로 받고 용기를 얻기 위해 성당을 찾는다. 사진은 2014년 수원교구 ‘청년 찬양 캠프’에 참가한 청년들 모습.

2012년 서울대교구 청년부에서 18~39세 청년 37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신자의 신앙생활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의 신앙생활이 사회에서 겪는 고충과 직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자신의 신앙생활 유지에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학교나 직장 등에서 일로 인한 시간과 여유 부족’(44.2%)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것은 사회생활이 힘들면 신앙생활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세속적 가치관과 신앙적 가치관 사이의 갈등’을 꼽은 청년들이 13.2%로 뒤를 이었다. 역시 청년 신앙인들에게 신앙이 세상적 가치에 우선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신앙의 의미에 대한 확신 부족’(9.5%), 신자들과의 불화 또는 실망감(4.5%), 사제나 수도자와의 불화 또는 실망감(3.0%) 같은 신앙과 교회 ‘내부적인’ 사유로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답한 청년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청년들에게 약해진 신앙을 다시 심어주고 그들의 발걸음을 성당으로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올 10월 3~28일 교황청에서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열리는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의안집 결론 부분인 제213항에는 “거룩한 삶을 받아들이라는 초대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르심이다. 참된 영적 역동성과 성덕의 풍요로운 가르침은, 예컨대 생명, 사랑, 성장, 기쁨, 자유, 미래에 대한 요구 그리고 자비와 화해에 대한 열망처럼, 젊은이들의 가장 깊은 소망을 좌절시키지 않는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같은 의안집 마지막 항인 214항은 세상에서 힘겨워하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할 역할을 더욱 분명히 제시한다.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언제나 현존하시고 신비롭게 활동하심을 설명할 수 있다. 인내로 이루어지고 시간 안에서 성장하는 성덕을 향한 굽이치는 길을 통해, 많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활동하심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 예외 없이 모든 젊은이가 언제나 이룰 수 있는 성덕의 희망을 소중히 여기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세상의 거친 현실 속에서 힘겨워하고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늘 함께하신다는 평범하고도 변치 않는 진리를 올해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재차 확인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주관으로 지난 8월 11~15일 서울 일대에서 열린 제4회 한국청년대회(Korea Youth Day, KYD) 주제가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KYD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정순택 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주제 성구에 담긴 의미에 대해 “참된 행복은 새로운 가치 기준에 눈을 뜰 때 얻을 수 있고 하느님 안에서 새 가치의 틀을 짜야 한다”며 “세상적 가치를 좇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고 돈은 더 벌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부국장 이승민 신부는 “요즘 젊은이들이 정말 바쁘고 힘들고 그래서 성당에 안 올 것 같지만 세상살이가 힘든 만큼 신앙에 대한 갈증은 더 크게 느낄 것”이라면서 “교회가 그들을 진심으로 끌어안아 주고 아파하면서 사랑의 모습을 실천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 가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함께 참여해야 가능하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던졌다. 청년들이 세상에서 힘들어 하고 그 이유로 성당을 찾지 않는다고 해서 교회가 세상적 만족을 청년들에게 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에서 “언제나 문제는 과도한 활동이 아니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활동, 즉 적절한 동기가 없고 영성이 스며들지 못해 즐겁게 수행하지 못하는 활동”(제82항)이라고 지적한 것은 세상 일에 지쳐 교회를 떠난 청년들을 다시 신앙으로 이끄는 모범 답안이다.

■ 서울대교구 청년연합회 이정나 회장

“청년 신앙인으로 사는 건 행복”

서울대교구 청년연합회 이정나 회장은 “청년들이 한 번뿐인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정한 의미를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울대교구 청년연합회 이정나(크리스티나·28·서울 대치2동본당) 회장은 ‘요즘 성당에 청년들이 줄어든다’는 걱정스런 목소리에 대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본당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서 청년들이 잘 뭉치고 오히려 청년 수가 늘어나는 본당도 있고 줄어드는 본당도 있다”며 “지역에 따라서나 시기에 따라서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청년사목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년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회나 본당 사목자가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 형성과 관심 유도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정나 회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취업’이나 ‘학업’ 등 세상적인 일이 꼽힌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교회 활동에 쓰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지금 세대는 어릴 때부터 시간에 쫓기고 경쟁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청년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밝힌 이 회장은 “신앙의 참 맛을 아는 청년이라면 세상적인 것보다 당연히 신앙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앙인은 현세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때문에 지금 청년기의 삶도 잘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교회가 청년들에게 신앙을 심어주려는 노력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특히 올해 3월 ‘청년 십자가의 길’이나 8월 한국청년대회에 참가하면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단이 청년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현 시대 청년들의 고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 준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했다.

이 회장은 “온갖 가치관과 이슈들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성인이 된 제가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바르게’ 살아오는 데는 신앙이 정말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이었다”면서 “한 번 하느님 사랑을 맛보게 되면 신앙생활을 열심히 안 할 수 없고 가까운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힘든 세대라고 하는 청년들이 세상적 가치에만 목매지 말고 신앙 안에서 한 번뿐인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정한 의미를 찾아봤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