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겨울빨래 수녀한테 걸렸니?」 펴낸 김현남 수녀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갇힌 이들 위한 일이라면 못 말리는 ‘엄마 수녀’
수도생활 60주년 회고 자서전
가난한 이들 위해 살아온 ‘뚝심’ 
좌충우돌 교정사목 일화로 풀어
10년 전부터 웃음 치료사로 활동
‘거지 수녀’, ‘왈패 수녀’, ‘조폭 수녀’, ‘겨울빨래 수녀’… 수도자의 별명이라 하기엔 다소 과격한 표현들이다. 모두 한 노(老)수녀의 별명이다.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어르신들 찾아가 웃음을 선물하면서 자연스레 붙었다고 한다. 별명의 주인공, 성가소비녀회 김현남(메히틸다) 수녀가 최근 축성생활 60년을 회고하는 자서전 「겨울빨래 수녀한테 걸렸니?」(김현남 지음/287쪽/1만5000원/예지)를 펴냈다. 김 수녀의 좌우명이기도 한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라는 말씀을 세상 가장 힘든 이들을 위해 실천해온 사연들이 담겨 있다.

“겨울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잖아요. 신부님들 사이에서 ‘저 수녀에게 한 번 걸리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뜻에서 ‘겨울빨래 수녀’란 별명이 붙었죠.”

‘거지 수녀’는 재소자들을 위해 알음알음 필요한 것들을 얻으러 다닌다 해서, ‘왈패 수녀’와 ‘조폭 수녀’는 조직 폭력배 출신 재소자들도 무서워 않고 따끔하게 야단치는 모습에 얻은 별명이다.

사실 김 수녀가 어떤 일을 하고자 마음 먹으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한 번 품은 뜻은 간절한 기도로 해답을 얻고, 그대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교정사목 소임을 막 시작했을 때, 교도소 내 불교 집회에는 공양미 덕에 늘 떡이 제공되더라고요. 천주교 집회에 오는 재소자에게는 더 큰 떡을 주고 싶어 기회만 손꼽아 기다렸죠.”

김 수녀는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다 갑자기 감실을 감싸 안고 빈 성당이 울리도록 소리 쳤다. “예수님! 저도 떡 좀 해 주세요, 네? 예수님! 떡요, 떡요, 떡!” 김 수녀 꿈에 나타난 예수님의 답변은 ‘외상 떡’이었다. 당장 신자가 운영하는 떡집에 달려가 외상으로 떡을 주문했다. 신기하게도 다음날 교도소를 찾은 손님 신부로부터 떡값만큼의 후원금을 받아 외상을 갚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김 수녀의 책에는 ‘치아의 기적’과 ‘초코파이의 기적’을 포함한 64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마치 김 수녀의 음성이 지원되는 듯 재미난 대화체로 적혀 있어 287쪽 책이 금방 넘어간다.

김현남 수녀가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며 9월 16일 성가소비녀회 본원 마당에서 아코디언을 연습하고 있다. 김 수녀는 한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500번가량 연습한다고 말한다.

올해로 77세인 김 수녀는 10년 전부터 ‘웃음 치료사’라는 제2소임으로 활동 중이다. 이 역시 “예수님! 제가 뭐 해먹을 게 없을까요”하며 바친 기도의 응답이다.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아코디언을 들고 찾아가는 김 수녀. 자동차도 없이 항상 10㎏ 악기를 손수레로 끌고 다니면서 ‘이 악기 수레를 못 끌면 그때가 마지막’이라고 되뇌인다.

김 수녀는 이번 책이 잘 팔려 수익금이 많이 모이길 간절히 바란다. 빚 때문에 극단적 상황까지 갔던 한 젊은 가장을 돕기로 한 약속 때문이다. 9월 17일에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청중들에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호소했다.

“성가소비녀회 창설자 고(故) 성재덕 신부님의 유언서 중 ‘하느님은 너희 편이 될 것이고, 모든 이는 너를 따를 것이다’라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실천하려 노력했어요. 이 책을 통해 후배들이 더 많이 생겨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문의 010-7100-5410 김현남 수녀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