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국군간호사관학교 군건강정책연구소 김연제 소령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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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슈퍼우먼’이라고요? 모두 신앙 덕분이죠”
군인·아내·어머니 역할 ‘거뜬’
유아 시절부터 성당 다니면서 신앙이 삶의 중심에 자리잡아
모범적 신앙생활과 봉사로 자연스럽게 천주교 신앙 전파

국군간호사관학교 군건강정책연구소에서 복무하는 김연제 소령은 “신앙은 삶의 터전”이라고 말한다.

생활이 곧 기도이고 기도가 곧 생활인 신앙인이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주인공일 것이다.

대전 유성 국군간호사관학교 군건강정책연구소 기획장교 겸 간호학 교수 임무를 수행하는 김연제(체칠리아·군종교구 자운대본당) 소령이 살아가는 모습에는 신앙인의 향기가 은은하게 감돈다.

■ 신앙이 삶의 터전

김연제 소령은 국군간호사관학교 42기로 2002년 임관해 올해로 만 16년, 생도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 넘게 제복을 입은 군인으로 살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집, 학교, 성당이 삶의 터전이었듯 군인이 된 후에는 집, 부대, 성당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간다.

유아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접한 김 소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88년 6월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했다. 초·중·고등부 학생회와 성가대, 전례단 등 성당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친구들은 학업에만 몰두하느라 신앙생활을 멀리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에도 주일미사를 꼭 드리고 학교로 가서 자율학습을 할 정도로 김 소령에게는 신앙이 생활의 중심이었고 우선이었다.

“저에게 신앙생활은 집과 학교와 같은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례받은 지 30년이 된 저의 신앙생활도 성인이 된 것 같아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돼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생깁니다.”

올해 5월 청주교구 연풍성지 순례 당시 딸과 함께한 김연제 소령.

■ 어머니로, 아내로 그리고 군인으로

한국사회에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살림을 알차게 꾸려가는 여성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그만큼 여성으로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가 버겁다는 뜻이다. 김 소령이야말로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8살, 6살 남매를 매일 아침 출근하는 승용차에 태워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등교, 등원시키면서 하루를 선물해 주심을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주모경을 바친다. 출장길이나 주말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묵주기도 앱을 활용해 기도를 바친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차 안에서 아이들과 기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의 일상 안에서 주님이 가족들과 함께 계시기를 청합니다. 아이들이 속상한 일이나 신나는 일이 있을 때 주님께서 그들을 위로하고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스스로 하고 싶은 기도를 할 줄 알고 하느님을 우리 가정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두 아이의 어머니로만 사는 것도 행복한 만큼 힘겹기도 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김 소령은 제복을 입은 군인이다. 초임지인 국군마산병원을 거쳐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2003~2005년), 국군청평병원(2005년), 이라크 평화재건사단(2006년), 국군대구병원(2007년) 등에서 군인 환자들을 돌봤다. 간호사관학교 보좌관(2008년), 서울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 위탁장교(2009~2010년), 간호사관학교 교육학 교수(2011~2014년), 국군포천병원(2015년), 국군원주병원(2016년)에서 직책을 맡았고 현재는 군건강정책연구소에서 복무 중이다. 16년간 숨가쁜 삶의 연속이었다.

군인으로서 철두철미한 임무수행, 어머니로서 자애로운 자녀양육 이 두 가지를 모두 훌륭하고도 넉넉히 해내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신앙이다. 김 소령은 “특별한 신앙체험이 없다”고 말한다. 신앙은 특별한 것이 아닌 삶의 자연스런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매 주일 영성체를 할 때마다 느껴지는 전율을 통해 일상에서 저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느끼고 그 전율이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 힘은 삶과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했던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에서, 섭씨 50도를 넘나들던 열사(熱沙)의 땅 이라크 자이툰사단에서, 신앙인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를 위해 기도해 줬던 서울대 다락방 기도모임에서 그리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 건강한 신앙생활이 곧 전교

김 소령이 군인이면서 어머니로, 아내로, 본당 봉사자로 1인 3역, 4역을 해내는 데는 역시 군인인 남편(장동하 아나스타시오)이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성가정을 이루겠다는 소망은 청년기에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던 남편과 결혼한 최우선적인 이유였다. 남편은 지금도 군종교구 자운대본당에서 주일학교 초등부 4학년 담임으로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한다. 김 소령도 본당에서 군인아파트 구역에 따른 순번제 차봉사와 식사봉사,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한 자모회 활동의 하나로 간식준비도 한다.

신앙이 삶의 중심이고 이유인 김 소령에게 전교도 삶의 일부다. 자신이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고 신앙인으로 생각과 행동을 건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교활동이라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간부식당에서 식사할 때 성호경을 긋고 식사 전 기도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교에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성호경을 긋는 모습을 본 동료 군인들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고 그러다 보면 냉담교우들을 식별하게 됩니다. 신앙이 있는 선후배들과는 상황에 맞는 기도를 SNS를 통해 주고 받거나 생활성가를 통해 신앙에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합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