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성월이다.
삼삼오오 가까이 지내는 신자들과 함께 성지를 찾은 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성지를 찾은 젊은 부부의 모습은 더욱 반갑다.
한국교회는 선교사 없이 자생한 교회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특별한 공동체다. 신앙선조들은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증거하며 목숨을 바치는 삶을 살았다. 목숨이 날아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신앙을 고백하며 주님을 따랐다.
이러한 순교자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순 없었지만, 전국의 수많은 성지를 찾아간다면 직접 만난듯 그들의 자취를 볼 수 있다.
지난주 서울 당고개순교성지에 취재차 다녀왔다.
아담하니 이웃 공원과 잘 어울리는 당고개순교성지는 도심 속에서 성인들을 만날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이 성지에서는 심순화 화백의 다양한 성미술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복자 이성례 마리아’를 세례명으로 정한 딸아이를 떠올리며 더욱 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에 신앙선조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성지순례는 신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순교자 성월에만 성지를 찾아가 기도하라는 법도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신앙선조들을 찾아 떠나보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가까운 성지를 순례하면서, 그곳 성지와 관련된 성인(순교자)에 대해 함께 살펴본다면 온가족에게 유익한 시간, 성가정이 되는 지름길로 향하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