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길에서 쓰는 교구사] 어농성지(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8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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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청소년 프로그램 마련
성가정 위한 가족미사·피정 등도 진행

문모 신부 동상 뒤로 순교자들의 묘가 보인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윤유일(바오로) 35세, 최인길(마티아) 30세, 지황(사바) 28세, 원경도(요한) 27세, 심아기(바르바라) 18세, 정순매(바르바라) 24세, 홍필주(필립보) 27세. 어농성지에서 현양하는 복자들이 순교한 나이다. 정확한 연령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들과 함께 활동하다 순교한 신자들도 대부분 이 또래였다. 청소년·청년들. 성지가 현양하는 순교자들의 대부분이 청소년·청년들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어농성지는 파평 윤씨의 선산이 아닌, ‘청소년성지’로 더 유명하다.

성지가 처음부터 청소년성지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 단내성가정성지와 더불어 ‘이천성지’로 함께 개발되던 성지는 2003년부터 전담사제를 중심으로 성지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성지가 먼저 한 작업은 성지가 현양하는 순교자들을 신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었다. 성지는 2004년 6월 ‘윤유일, 주문모, 강완숙 순교자 기념제’를 개최해 현양미사와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06년부터는 단내성지와 함께 이천지구 순교자현양대회를 해마다 9월 번갈아 개최하는 등 신자들이 성지를 찾고, 성인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청소년·청년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열렸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청소년성지로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성지가 순교자 현양에만 머물지 않고 청소년들의 신앙생활 활성화를 도모하는 ‘청소년성지’로 발돋움한 것은 성지 선포 20주년이 되는 2007년부터다.

성지는 성지 선포 20주년을 기념하면서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신앙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청소년·청년들이 순교신심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성지는 2007년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청소년·청년을 위한 기도생활 체험학교’를 열었다. 청소년들은 4박5일간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기도와 묵상, 다양한 신앙체험, 순교자의 삶 체험, 봉사활동을 했다.

9월 2일 ‘성지 설정 20주년 기념 수원교구 순교자 현양대회’를 진행하면서, 그 전야제로 ‘청소년 찬양 축제’도 진행했다. 이 축제에는 300여 명의 청소년·청년이 함께했다. 12월에는 고3 수험생을 위한 ‘쉼’ 피정도 마련했다.

동시에 ‘성가정’을 위한 프로그램도 열었다. 청소년들의 신앙생활 활성화가 단순히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지는 2007년부터 매월 ‘성모님과 함께하는 가족미사’를 봉헌했고, 2008년에는 성가정을 지향하는 음악피정을 매월 진행하기도 했다.

청소년·청년을 위한 성지로서의 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성지는 2007년 이래로 해마다 청소년·청년을 위한 맞춤형 피정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청년들이 가치관을 확립하고 삶 안에서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기도생활체험학교, 제대에서 봉사하며 성소를 꿈꾸는 복사단을 위한 복사캠프, 성가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찬양의 즐거움을 배우는 찬양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성지는 본당 주일학교, 청소년·청년 단체들을 위한 위탁 피정도 실시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