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노인의 날 기획] 정성과 섬김으로 가난한 어르신 돌보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8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수도자의 삶에서 교회 노인복지의 답 찾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서울 수녀원 전은태 수녀가 9월 13일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양로원 쟌 쥬강의 집에서 한 어르신의 방을 찾아 사과를 먹여주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서울 수녀원 전은태(왼쪽)·김은아 수녀가 9월 13일 서울 강서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쟌 쥬강의 집 어르신 23명의 식사 거리 마련을 위해 음식 모금을 하고 있다.

■ ‘초고령’ 근접한 한국교회

지난 8월 27일 통계청은 ‘2017 인구주택 총조사– 등록센서스방식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총인구 5142만여 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11월 1일 기준 14.2%였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지 17년 만에 한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 고령사회는 14%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한국교회 내로 한정하면 고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017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총 신자 수 581만3770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107만262명으로 18.4%였다. 한국교회 내에선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근접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노년부양비도 늘고 있다. 현재는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50년 뒤에는 청년이 노인을 1대1로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증가하는 노인 부양 부담에 항간에는 노인을 ‘짐’처럼 취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인을 벌레라고 부르는 ‘노인충’(老人蟲)이나 노령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을 벌레에 빗댄 ‘연금충’, 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을 일컫는 ‘틀딱’, 나이를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노인을 가리키는 ‘노슬아치’ 등 노인 비하 용어들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도 폐지해 달라’는 주장 등 심각한 세대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 ‘효’ 계명 실천하는 수도자들

이러한 고령사회 속에도 한쪽에선 가난한 노인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정결·순명 외에 가난한 어르신을 하느님처럼 맞아 정성껏 대하겠다는 ‘환대’를 서원하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Little Sisters of the Poor)다. 교황청 직속 수도회인 이들은 가난한 어르신에게 다가가려면 스스로 작은 이가 돼야 한다는 ‘겸손’을 핵심정신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성녀 요안나 유간(Jeanne Jugan·쟌 쥬강)의 영성을 따르는 이들은 ‘양로사목’을 유일한 사도직으로 정해 지금도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활동 중이다.

1839년 반신불수의 시각장애인 할머니를 집에 모셔다 살핀 이후 평생을 어르신 돌보기에 헌신한 성녀 요안나 유간은 1982년 10월 3일 시복, 2009년 10월 11일 시성됐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한국에도 서울·수원·전주·전남 담양 등 4곳에 분원이 진출해 있다. 이 중 한 곳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쟌 쥬강의 집에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소속 수녀 5명과 어르신 23명이 살고 있다. 쟌 쥬강의 집 수녀들은 세수, 기저귀 갈기, 식사 수발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르신들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어르신들의 식사거리 마련을 위해 음식 모금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13일에도 전은태(마리요안나) 수녀와 김은아(안젤라) 수녀는 서울 강서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오전 내내 음식 모금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뭐 가져갈 거 있을까요? 남는 거 아무거나 주세요”를 반복하며 이들은 과일·채소가게 등 20여 곳을 돌아다녔다. 마리요안나 수녀는 “이렇게 다니면 다리도 아프고 거절당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저희는 어르신들을 위해 힘들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라며 “힘들어도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 모금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정성환 신부는 “어르신들을 향한 공경에는 물질적인 나눔이나 재능기부도 있지만, 신앙인으로서 어르신들을 뵙고 사랑을 표현하는 ‘영적 나눔’도 있다”며 “어르신을 향한 관심은 한국의 전통적인 효 사상을 살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하느님 계명을 실천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정 신부는 “결국 어르신들은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잘 모시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자신에게도 가득 내리도록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덧붙였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