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2018 한일 탈핵 평화순례·간담회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9-18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8-09-23 제 311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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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 위해 국경 초월한 연대가 필요
2012년 시작해 올해 6회째
탈핵 활동가·교회 관계자 모여
재생에너지 등 미래 방향 논의

한국과 일본의 탈핵 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핵 없는 평화 세상을 향한 국경 없는 연대를 재확인했다.

9월 13~16일, 2018 한일 탈핵 평화순례 및 간담회가 서울, 전라남도 영광, 전라북도 부안, 대전 등에서 열렸다.

2012년 시작해 올해 6회를 맞은 한일 탈핵 평화순례는 한국과 일본의 탈핵 활동가들과 교회 관계자들이 모여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다. 한국과 일본이 번갈아 개최하며 올해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 주최로 열렸다.

‘핵 없는 평화 세상, 저희가 생명과 아름다움을 지키게 하소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탈핵 평화순례에는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를 비롯한 19명의 일본 참가자와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63명의 한국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이번 순례는 무엇보다 탈핵 운동 현장에서 오랜 시간 싸워 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진행했다.

첫날인 9월 13일에는 영광핵발전소를 방문해 영광 지역 주민들이 30여 년간 이어온 탈핵 운동의 역사에 대해 들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대전을 찾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핵 재처리 실험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 온 ‘핵 재처리 실험 저지 30㎞ 연대’ 구성원들과 만나 지역 주민들의 연대가 중심이 된 활동 방안에 대한 제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마을 신앙 공동체가 중심이 돼 대안 에너지 상용화를 이뤄낸 부안 에너지 자립마을(등용마을)을 방문해 핵 발전을 대신하는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탈핵 순례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자 ‘영광핵발전소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의 황대권 대표의 발언과 대전 핵 재처리 실험 저지 30㎞ 연대 안옥례 집행위원과의 간담회를 언급하며 지역 활동가들과의 만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어머니로서 아이들과 다음 세대에게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탈핵 운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안옥례 집행위원의 발언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일본 나고야교구에서 참석한 이노우에 토모코씨는 “한국의 여성 탈핵 활동가들이 어머니로서, 주부로서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핵 문제의 위험성을 공부하고 알려온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탈핵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츠노부 이치로 신부 또한 “후쿠시마 사고 후 7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는 정부에 의해 주민들은 분열하고 위험에 대응하는 연대는 무너지고 있다”면서 “대전에서 확인한 평범한 어머니들의 연대가 일본에서 온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고 발언했다.

순례단은 순례 마지막 날인 9월 16일에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탈핵간담회를 열었고 이어 명동 일대에서 핵발전의 위험을 알리며 핵 없는 세상을 촉구하는 순례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는 일본의 원자력 행정을 되묻는 종교인 모임의 나이토 신고 목사의 ‘탈핵과 미래의 대처’ 발제와 ‘재생에너지 가능성과 추진 방향’을 주제로 한 에너지전환연구소 이성호 소장의 발제가 있었다.

뒤이은 토론에서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준한 신부는 “이제 더 넓은 차원의 탈핵 신학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다양한 교회 구성원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핵기술이 가지는 신앙적 의미를 고민하고 나누며 그 결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