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여러 희귀난치병들로 고통 받는 박혁재군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9-11 수정일 2018-09-11 발행일 2018-09-16 제 311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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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살고 싶어. 나 살려줘…”
국제학회에서도 치료법 찾지 못해
전국 병원 다니며 희망의 끈 찾아
동생도 같은 병 앓아 병원비 막막

치료 중 잠시 병실을 나온 박혁재군과 어머니 김은경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엄마…. 나 죽어?”

2017년 4월 박혁재(바오로·10)군의 말에 혁재군의 어머니 김은경(36)씨는 심장이 철렁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한부 6개월 선고. 당시 혁재군을 담당하던 의사는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며 호스피스병동으로 가라고 말했다.

어른들에게도 죽음은 두렵고 무거운 것인데…. 고작 열 살밖에 안된 아이가 눈앞에서 자신의 죽음을 선고받는 기분이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것이었다. “어차피 죽을 텐데”라며 모든 치료를 거부하는 아이 앞에서 김씨는 애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함께 겪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혁재군이 펑펑 울었다.

“엄마 나 살고 싶어. 나 살려줘. 엉엉.”

김씨의 눈에서도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김씨는 혁재군을 와락 끌어안고 “살자”고, “살려고 여기 온 거”라고 아이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되뇌었다.

혁재군 몸의 이상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16년 10월의 일이다. 당시 받은 진단은 크론병. 소화기관 어디에서나 염증이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난치병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11월에는 골수가 기형적인 적혈구를 생산해 산소공급이 원활치 못한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이, 12월에는 우리나라 전체에도 손꼽을 만큼 밖에 발병자가 없는 희귀난치병 IPEX증후군이 발견됐다. IPEX증후군은 성염색체 중 X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면역조절장애 질환이다.

한가지만으로 희귀하다고 말하는 난치병이 동시에 3가지 발병했다. 담당 의사가 이런 경우 어떻게 치료할지 국제학회까지 찾아 자문을 구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혁재군과 같은 사례가 드물었던 것이다.

병원들은 받아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은 혁재군을 살리기 위해, 전국의 유명하다는 병원을 모두 찾아다니다 지금의 병원에 이르렀다. 그런 필사의 노력으로 6개월밖에 못 산다던 혁재군은 1년5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큰돈이 필요했다. 이미 동생 박민재(베드로·8)군도 2011년 IPEX증후군이 발병해 치료하다 후유증으로 지적장애 3급을 얻은 상태였다. 혁재군의 가족은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집을 팔아 사글세로 방을 얻었다. 금융기관에 얻은 빚만도 1억5000만 원 가량. 가족들에게 얻은 빚은 셈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혁재군의 수술을 위해 골수 증여자를 찾았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다 혁재군의 할아버지가 빚을 내 간신히 지난 8월 수술을 했다. 수술 후에도 후유증을 막기 위해 200만 원짜리 약을 매일 맞고 있다.

이미 병원비로 가세가 기울대로 기울었지만, 혁재군의 아버지 박민호(마르첼리노)씨에게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씨는 “나 하나라도 끈을 놓치지 않아야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직장과 아픈 가족 돌보기를 병행하고 있다. 혁재군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살아내고 있다.

“엄마, 나 꼭 살아서 지금까지 다녀간 병원들을 찾아갈 거야. 나 죽지 않고 이렇게 잘 살아있다고 말해줄 거야.”

※성금계좌※

농협 351-0979-8455-43

예금주 한국소아난치병사랑나눔 사회적협동조합

모금기간: 9월 12일(수)~10월 2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4-282-3900 한국소아난치병 사회적협동조합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