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권력 남용하는 성직주의 문화 타파해야”

입력일 2018-09-11 수정일 2018-09-11 발행일 2018-09-16 제 311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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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신임주교 연수서 당부… 교회 내 성추행·은폐 직접적 요인 지적
선교지 34개국서 74명 참석
교회와 교감 이루며 일하는
주교단의 일치 필요성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8일 교황청에서 새 주교들을 만나 연설을 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주교들에게 모든 형태의 권한 남용을 거부하고 사제 성추행과 이에 대한 은폐를 부추기는 성직주의 문화에 대항해 함께 싸울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9월 8일 교황청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선교지 34개국에서 온 74명의 새 주교들과 함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주교들의 알현을 받았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권력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남용에 반대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성직자를 추앙하는 성직주의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9월 3~15일 최근 2년 동안 서품된 주교를 대상으로 신임주교 연수를 실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도 참석했다.

이번 신임주교 연수는 미국 시어도어 맥캐릭 대주교의 아동 및 신학생 성추행을 둘러싼 교회의 은폐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뤄졌다. 전 주미국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이 맥캐릭 대주교의 성추행 혐의를 알고도 은폐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낳았다. 교황은 ‘침묵과 기도’가 가장 좋은 대답일 수 있다면서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에 직접 답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교황은 이번 신임주교 연수에서 성직자 성추행에 대해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언급했다. 교회 내 팽배한 성직주의가 아동 성학대와 은폐 논란을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 교황은 새 주교들에게 ‘외로운 배우’가 아니라 교회와 교감을 이루면서 양떼를 위해 일하는 목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주교들이라고 해도 성령의 모든 은사를 다 갖지는 못한다”면서 “이를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는 합창단 밖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싸움을 하는 외로운 배우가 아니기에 주교단의 일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이 언급은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청의 오래된 불문율을 깨고 교황청 인사의 이름을 거론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청 인사와 추기경들, 교황들을 언급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이뤄졌던 맥캐릭 대주교의 성추문 은폐를 비난했다.

한편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베니아미노 스텔라 추기경은 9월 3일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성직주의가 교회의 권위를 왜곡해 성직자 성추행과 이에 대한 은폐로 이어졌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평신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직자성은 9월 5일 스텔라 추기경의 연설문을 공개했다.

스텔라 추기경은 “주교단과 전체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경청과 동반, 나눔이 없다면 외로움과 권태감, 오해로 생기는 사제들의 문제를 제때에 해결할 수 없다”면서 “현재 교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현재와 미래의 사제 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텔라 추기경은 “평신도들은 사제를 인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의 삶에 필요한 영적 연대에 함께할 수 있다”면서 “하느님의 백성인 사제와 평신도가 모두 각자의 소명에 따라 서로를 지원하고 기쁨과 어려움, 고통을 사랑으로 나눠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