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손 없는 십자가와 신앙의 이유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9-11 수정일 2018-09-11 발행일 2018-09-16 제 311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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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십자고상에 왜 손이 없죠?”

성남 안나의 집에 취재차 방문했을 때, 안나의 집에 걸린 십자고상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예수의 양팔과 손이 없었다. 다양한 십자가 모습을 봤지만 이런 십자가는 처음이었다. 봉사자는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여기 있잖아요. 예수님의 손들!”

안나의 집을 설립한 김하종 신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말에 그 답이 있었다. “봉사자님들이 예수님의 손이 돼주세요.” 자신이 하는 봉사의 이유와 그 의미를 분명히 알고 일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사실 봉사를 하다 보면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봉사 자체도 힘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통과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봉사자들이 힘들고 지쳐 소진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어떤 봉사자는 인터뷰 중 “봉사를 하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냉담을 한 적이 있었다”면서 “나중에 성경을 공부하면서 봉사의 의미를 찾고 나서야 그 기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우리를 초대한다. 십자가는 고통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향한 하느님 사랑을 증거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신앙선조들도 순교를 고통이 아닌 기쁨으로 여겼다. 그분들은 또 주변 신자들에게 우리 신앙의 이유를 끊임없이 가르쳤다.

나는 내 신앙의 이유를 잘 간직하고 있을까. 순교자 성월, 순교자들처럼 내 십자가의 의미를 성찰하고, 그것을 내 이웃과 나누며 기쁨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