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이형진 (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8-09-04 수정일 2018-09-04 발행일 2018-09-09 제 311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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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과 싸운 회개의 시간 곡에 담아

■ 내 생애의 모든 것

“어디를 걸어가도 살피시는/ 임마누엘 주님”

이형진(가브리엘)씨는 30년 전 겨울 어느 날 참가한 피정을 잊지 못한다. 인생의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피정 중 강의를 통해 평소 가지고 있던 ‘무서운 하느님’의 상이 ‘자비의 하느님’으로 바뀌었다. 강의를 들으며 은총과 영감을 동시에 받았고 그 순간 성가를 써 내려갔다. 바로 ‘내 생애의 모든 것’이다.

“사실 제가 창작했다고 볼 수 없어요. 저는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정리한 것뿐입니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버렸을 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신다는 강의 내용이었어요. 큰 감동이 밀려왔죠. 그리고 언제나 저와 함께 해주신 하느님을 떠올렸습니다.”

찬양사도로 살아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외적 어려움보다 내적인 것이 더 컸다. 교만과 싸우며 시기와 질투에서 멀어지기 위해 힘썼다. 올바른 신앙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하다 보니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스무 살 파릇파릇한 청년은 이제 중년이 됐다. 하지만 하느님을 향한 그 마음과 고백은 변하지 않았다.

“어디에 앉아 있어도, 어디를 걸어가도 살피시는 하느님이 바로 저의 하느님이십니다.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밖에 없지요. 제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랑해 주실까요? 저의 삶은 보잘것없고 죄 밖에 없지요. 하지만 저의 삶을 주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나를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주님을 찬양”

‘내 생애의 모든 것’이 알려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교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제가 만든 성가를 듣고 은총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뿌듯했죠. 제 이름을 모를 때면 서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교만에서 비롯된 마음이었어요. 저는 ‘이형진’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해 찬양사도의 길을 걸었습니다. 교만을 떨쳐 버리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때의 마음을 담은 성가가 ‘낮은 자 되게 하신 주’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유를 전해야 하는데 자신의 것을 전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내가 사랑이고 싶었지/내가 자유이고 싶었지’라는 가사로 성찰의 마음을 표현했다. 회개의 마음을 담은 성가를 발표한 후 이씨는 '광야'를 체험했다.

“이 성가를 발표하고 3년 정도 저를 불러주는 곳이 없었어요. 마치 광야를 걷는 것같이 메마른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주님께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됐죠. 열심히 기도하며 가톨릭교리신학원도 다니고…. 하느님을 알기 위해 몸부림쳤죠.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찬양사도로 살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찬양의 제목처럼 ‘낮은 자 되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