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마웅 보 추기경
“만연한 폭력 속에서도 오직 신앙의 관점에서 행동”
혹독한 식민지배와 저항적 독립운동, 군부 정권의 독재 정치와 민주화 운동, 오랜 투쟁과 갈등 속에 깊어진 상처까지. 미얀마의 현대사는 한국과도 많이 닮아 있다. 보 추기경은 “역사의 상처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웠지만 용서와 사랑을 통해 우리는 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과는 달리 미얀마의 혼돈은 현재 진행형이다. 몇십 년간 계속된 군부 독재는 미얀마의 많은 시스템을 붕괴시켰고 회복은 더디게 진행 중이다. 빈곤, 교육의 부재, 마약 문제, 인신 매매 등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고질적 문제다. 보 추기경은 “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오직 신앙의 관점에서,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 신자 비율이 90%에 달하는 미얀마에서 가톨릭교회는 불교와 이슬람을 포함하는 폭넓은 종교간 대화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군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법이나 상식보다 폭력이 앞서는 사회적 문제를 마주할 때 종교 지도자들은 모여 입장을 정리하고 함께 행동에 나선다.
보 추기경은 “아시아의 많은 지역은 여전히 억압 아래 있고,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세상은 슬픈 곳이 된다”는 말을 인용해 “상호 협력과 이해, 선한 사람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행동만이 우리의 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