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8 한반도 평화나눔포럼]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 주제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9-04 수정일 2018-09-05 발행일 2018-09-09 제 3111호 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인권 존중 없이 진정한 평화 없다”
아시아교회 지도자들 참석
각 주제별 발제 나서며 평화 위한 교회 역할 당부
평화와 인권의 관계 조명
아시아교회 연대·협력하며 인간 존엄성 증진에 힘써야
다문화가정·탈북자·노인 등 소외받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교회 역할도 논의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주최하고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최진우 교수)가 주관하는 ‘2018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이 9월 1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해 ‘인간 존엄성과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한, 진정한 평화는 이뤄질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 인간 존엄과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교회의 연대

이번 포럼은 ‘인간다운 삶’, ‘함께하는 삶’, ‘평화로운 삶’으로 주제를 나눴다.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한 ‘인간다운 삶’ 회의에서는 종교적 박해와 인권 침해로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는 폭력의 현장에서도 굳게 신앙을 지키며 평화를 모색해 온 아시아 지역 교회 지도자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오후에 열린 ‘함께하는 삶’ 회의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이들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진행한 ‘평화로운 삶’ 회의에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이 발제자로 참가해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 본 ‘평화’의 의미를 분석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기조연설을 통해 “오늘날 인간 존엄성과 인권 존중 문제는 단지 어느 한 국가나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차원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뜻 깊다”며 이번 포럼의 의미를 짚었다. 더불어 “아시아 대륙의 진정한 인간화와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교회들의 연대와 협력이 매우 긴요하다”고 당부했다.

■ 제1회의 ‘인간다운 삶Ⅰ’

인도 봄베이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평화는 보편적 가치”라며 “평화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국가들의 책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평화와 권리는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면서 “평화는 인권과 인권의 보호를 북돋아주고, 나아가 권리는 평화를 북돋아준다”고 말해 평화와 인권의 관계를 부연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진정한 평화를 증진하는 전략에 대해 ‘국가 간 연대 쌓기’, ‘대화’, ‘화해’를 제시했다. 특히 “예수님의 제자로서 우리의 주된 책무는 다리를 놓고, 평화의 중재자가 되며, 이 세상에 평온한 질서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자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평화의 기회를 찾아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평화는 기회이자,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타글레 추기경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 없이 평화는 결코 올 수 없다”며 인간 존엄성과 평화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타인을 이용의 대상으로 볼 때 서로에게 ‘나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게 되고, 결국 여기서 전쟁이 시작된다”며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때로는 상대방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그들조차 기다리고 용서할 수 있다”며 “이런 여러 차원의 관계 그 자체가 평화”라고 설명했다.

9월 1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이 ‘평화의 기회를 찾아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제2회의 ‘인간다운 삶Ⅱ’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평화는 인간의 존엄성 실현에 가능할뿐더러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보 추기경은 “조국 미얀마에서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 가운데 하나인 북한 정권 치하에서 진정한 평화는 성취될 수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 경험들에 대해 언급하며 무엇보다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 추기경은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을 대변하는 공동체로서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가 가진 의무의 일부”라며 “지속적이고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려면 인간 존엄성을 반드시 지켜내고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키스탄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는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의 종교적 광신주의에 의해 고통 받는 파키스탄 교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파키스탄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신앙 안에 삶을 영위하고 믿음을 실천하는 가운데 구타당하고,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당하고, 집이 전소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쇼 대주교는 “가끔은 이런 상황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면서도 “우리는 우리 사회의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치유하는 사람이기에 용감해져야 하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되새겼다.

■ 제3회의 ‘함께하는 삶’

제3회의는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주민, 노인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주제로 열렸다. 경기도 안산 본오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강성숙 수녀가 ‘함께 살고, 함께 향하는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다문화가족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남북하나재단 고경빈 이사장은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정착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북한이탈주민 보호와 지원정책, 정착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고 이사장은 “북한출신 한국인들을 향한 우리의 편견을 돌아봐야 한다”며 “그들은 패자(Loser)가 아닌 살아남은 자(Survivor)”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북한출신 한국인들과 일반 국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상호 변화하는 노력이 우리 모두를 함께 승자(Winner)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마인섭 교수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질’을 주제로 ‘민주주의는 반드시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박영란 교수는 ‘초고령 사회 함께 살기: 세대갈등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앞으로 닥쳐올 세대갈등의 양상을 분석하고 ‘공존과 연대’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제4회의 ‘평화로운 삶’

제4회의는 신학과 사회학, 법학의 영역에서 ‘평화’란 무엇이며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박준양 신부가 ‘평화의 신학’을 주제로 구약과 신약, 그리스도론적 성찰과 교회론적 성찰을 바탕으로 신학에서 바라보는 평화에 대해 강연했다.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박승찬(엘리야) 교수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말과 글을 바탕으로, 김 추기경이 제시한 평화에 대한 성찰을 돌아보며 평화의 실천에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분단폭력 너머 화해의 가능성’을 주제로 분단을 살아낸 사람들 사이의 화해를 통해, 분단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성필 교수는 ‘인권과 평화: 아시아의 도전과 인권제도의 창설’을 주제로 “인권은 말이 아닌 법이 보장해 주는 것”임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인도주의적 사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인권 침해 시 구제 받을 제도가 있어야 진정한 인권 보장이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