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열등감에 괴롭습니다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9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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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 질투는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해

【질문】열등감에 괴롭습니다.

어릴 적부터 괜히 저 스스로가 못나 보여서 괴롭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공부도 빼어나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중간 정도는 됐고, 외모도 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저보다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힘들고 질투심도 나고 주눅이 듭니다.

【답변】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 질투는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해

델라웨어(Delaware)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모스트(Most)와 로렌소(Laurenceau)의 연구(2010)에 따르면 질투는 실제로 ‘맹시’(盲視)를 만든다고 합니다. 즉, 질투심을 느낀 사람들은 불쾌한 감정 때문에 정신이 혼란하여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특히 정서적인 정보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정서적 자극이 나타나면, 그것에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사실 질투는 유기불안(遺棄不安)으로부터 분노나 굴욕에 이르는 아주 포괄적이고 복잡한 감정 상태입니다.

질투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타인이 소중한 관계에 위협적일 때 특히 영향을 받게 됩니다. 즉, 금실이 좋은 부부관계를 위협하는 미모의 이웃 여성이라든지, 깊은 우정을 흔들리게 하는 새로운 친구의 등장 같은 것을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질투는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며,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당신이 가진 것을 나도 갖길 바라”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당신이 가진 걸 나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적인 사고인데, 이는 질투심이 결국 개인적 우월성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질투는 고통스런 감정 경험이긴 하지만 심리학자들 중에는 질투가 일종의 마음의 신호라고 말합니다. 즉, 소중한 관계가 위험에 처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질투가 유발되면 가족들 간이나 애인, 친구 등과의 애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좀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질투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쩌면 필요한 감정일 수도 있답니다.

그렇다고 질투를 마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질투가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 스완’에서 주인공 ‘니나’는 동료 ‘밀나’를 질투한 나머지 정신증적으로 혼란한 가운데 환영인지도 모르고 충동적으로 ‘밀나’를 찔렀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칼로 찌르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질투는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것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감정은 절대적이며, 그중에서도 질투는 가장 절대적인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질투가 생겨나면 저절로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많은 시간 동안 질투하는 대상에게 집중하는데도, 정작 질투를 받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질투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질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듯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안의 욕망을 찾아서 알아줘야 하겠습니다. ‘내가 1등 했어야 하는데’가 아니라 ‘내가 1등을 하고 싶었구나!’, ‘내가 더 예뻐야 하는데’가 아니라 ‘나도 예뻐지길 바라는구나’, ‘나도 돈이 많았으면…’이 아니라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 했구나’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나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감추려고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드러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그것은 그저 질투가 아닌 나의 바람(want)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는 그걸 얻기 위해 노력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력의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남의 행복 때문에 내가 불행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답니다. 한번 시작해 봅시다.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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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