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복음화 현장을 찾아서] 인천해군 본당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9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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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수 적지만 더 큰 친교 이루는 공동체

8월 19일 인천해군본당 주일미사 후 본당 공동체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해군본당 제공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부대 명칭이 적힌 위병소를 지나자 곧이어 두 팔을 벌리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푸는 듯한 예수성심상이 서 있는 인천해군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단층짜리 아담하고 단아한 건물이었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전 출입구에 ‘인천해군성당+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문구가 예쁜 손글씨로 쓰여 있었다. 본당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는 수병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8월 22일에도 미사를 앞두고 인천해군본당 주임 이재경 신부는 오늘은 성당에 수병이 몇 명이나 올지 궁금해 하면서 강론을 준비했다. 수요일 미사 때마다 분주해지는 또 한 명의 신자가 있다. 인천해군본당 성모회장으로 봉사하는 김옥남(나탈리아)씨다. 수요일 미사가 끝나고 수병들에게 줄 간식 종류를 정하고 미리 장을 본다. 이날은 토스트를 만들었다.

매 주일 오전 10시30분 주일미사가 끝나면 다양한 메뉴를 정해 김 회장이 직접 요리를 한다. 8월 19일 주일에는 버섯전골을 진하게 끓였다. 본당 공동체 식구 전부가 주일미사 후에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모습은 작은 공동체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본당 성모회라고 하지만 김옥남 회장 말고는 다른 회원은 없다. 그만큼 본당 직업군인 신자 가정이 적다. 김 회장의 남편이면서 본당 사목회장을 맡고 있는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주임원사 박복수(엘리지오) 원사 외에 장교 신자 한 가정이 더 있을 뿐이다. 군본당들이 민간본당에 비해 신자 수가 적은 공동체를 이루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인천해군본당은 작은 공동체 중에서도 작은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재경 신부는 “본당 신자 수가 적고 특별한 신앙활동은 없지만 본당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꼭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매월 첫째 주일미사 후에 사목회 회의를 열어 본당 한 달 행사계획과 재정 수입, 지출 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주일미사 참례인원은 직업군인과 수병을 포함해 15명 내외로 적어도 전례는 충실히 지키는 것 역시 이 신부가 지키는 원칙이다.

이 신부는 부대 내 선교에 대해서는 “군종장교로 저와 개신교 목사, 불교 법사가 군종실을 구성하고 있는데 서로 존중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장병들이 성당에 오면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다른 종교를 찾아가더라도 인성이나 생활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에 타 종교와 선교 경쟁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과 세례는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입교자가 있을 때마다 이 신부가 2~3개월 교리를 거쳐 세례를 준다. 군본당으로서는 예비신자 교리 기간이 긴 편이다.

이 신부는 “군종장교 임관 전 민간본당에서 사목할 때는 본당에 신자들이 많다 보니 신자들과 친밀한 교류를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인천해군본당은 신자가 적은 만큼 더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신자 한 명의 봉사가 본당 운영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천해군본당 주임 이재경 신부…

“신자들의 고마움 새삼 느끼며 살죠”

-군종병이나 수도자 도움 없이 사무장 역할까지 직접 맡아

인천해군본당 주임 이재경 신부는 본당 특징에 대해 “작은 본당이어서 특별할 것이 없다”는 말부터 했다. 주일미사에는 직업군인 두 가족과 수병들까지 15명 내외가 참례한다. 신자 수로 보면 본당보다는 공소로 여겨질 정도다.

이 신부는 “군종신부로 작은 군본당에서 사목하다 보니 민간 본당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생각 못했던 것들도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인천해군본당에는 현재 군종병도 없고 본당 사목을 돕는 수도자도 없다. 본당에 사목회와 성모회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목회장과 성모회장 말고는 직책을 맡아 봉사하는 신자도 없는 상황이다.

“미사 준비에서부터 미사 뒷정리까지 제가 직접 합니다. 군종신부로 임관하기 전까지는 제가 해 본 적이 없던 일입니다. 주일미사 끝나고 헌금 액수를 확인하고 입금하고 전산에 등록하는 일이나 대림초와 부활초 만드는 것까지 주임인 제가 하고 있습니다. 본당 사무장과 수도자 역할까지 제가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신부는 임관 전에 봉사자들이 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을 군종신부가 돼 직접 하게 되면서 “내가 어쩌면 많은 것을 누리고 편하게 사제 생활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인천해군본당에서 직책을 맡아 본당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깊이 느끼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본당 신자가 적은 본당에서 사목하고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 장병들을 위한 군종장교 임무도 수행하면서 ‘양들을 찾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성찰도 하게 됐다.

이 신부는 지난 7월 인천해군본당 주임으로 부임해 새로운 체험을 또 하나 하고 있다. 사제관이 성당 건물과 떨어져 인천 만수동 아파트에 있다 보니 30분 이상 차를 운전해 오전 8시30분에 출근하고 오후 5시30분 퇴근한다. 2014년 사제품을 받은 뒤 처음 하는 경험이다. “인천시내 도로를 운전하면서 가끔 도로가 막히기도 하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신부는 “요즘 가톨릭교회에 신자가 줄어 고민이라고 하지만 군종신부로 살면서 해답을 얻은 것 같다”며 “머리나 입으로 하던 일을 실제적인 삶으로 하면 성당에 사람이 모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해군성당 전경.

■ 인천해군본당은…

인천해군본당(주임 이재경 신부)은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이하 인방사) 사목을 담당하는 군종교구 본당이다. 인방사가 해군 부대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인천해군본당도 군본당으로서는 신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인천에 위치하던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1999년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기존 2함대사령부 부지에 인방사가 2함대 소속부대로 설립됐다. 인천해군본당도 인방사 부대 창설에 맞춰 1999년부터 해군복지단 및 2함대사령부 담당 사제가 사목을 맡았고 2016년 7월 본당으로 설립되면서 초대 주임으로 김혁민 신부(현 군종교구 충무대본당 주임)가 부임했다. 2대 주임으로는 양정진 신부가 지난해 7월 부임해 올 7월까지 1년간 재임하다 청해부대 파병을 떠나면서 제3대 주임으로 이재경 신부가 부임했다. 주일미사는 오전 10시30분에 봉헌하며 수요일 오후 1시에는 수병들을 위한 미사도 봉헌하고 있다.

인천해군본당은 인방사 예하 부대인 이작도, 매도, 풍도, 팔미도 등 서해 도서지역에 자리한 해군기지에도 매월 정기적으로 방문해 부대원들과 함상 근무자들에게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여건이 되는 경우 신자 부대원들과 미사를 봉헌한다.

본당 내 단체로는 적은 인원이지만 사목회와 성모회가 본당의 버팀목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