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세상 만들고자… 가톨릭노동청년회에 뿌리 두고 2011년 주교회의 인준 받아 활동 노동문제와 노동 현장 개선 나서 양질의 노동 위한 평신도 교육도
“노동자 한 사람이 지구상에 있는 황금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창설한 벨기에 조셉 카르딘 추기경(1882~1967)이 한 말이다. 이 말은 노동의 중요성과 가치, 그리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회장 남명수, 담당 정수용 신부, 이하 가노장)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양질의 노동을 추구하고 노동 현장을 개선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평신도 사도직단체, 가노장을 소개한다. ■삶의 현장에서 고민하며 움직이는 평신도 단체 가노장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단체다. 아울러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노동 문제들을 관찰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팀’ 단위에서부터 실천적인 내용을 공유하며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명을 전한다. 월 1회 진행하는 교구별 팀 회합 내용을 바탕으로 분기별 교구 대표들이 교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또 복음 나눔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관찰, 판단한 후 실천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이와 같은 활동이 지향하는 것은 나의 변화를 통해 이웃의 변화를 이끌고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다. 가노장은 팀 회합을 원활히 이끌기 위해 올해부터 ‘평신도 동반자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회합 시 양질의 의견을 나누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6월 17일 첫발을 뗀 프로그램은 복음 나눔, 가노장 역사 등에 관해 다룬다. 교육을 위해 8월 19일 오후 2시 서울 노량진동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모인 20여 명의 회원은 무더운 날씨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었다. ‘복음 연구 2차(마르코)’ 교육을 들으며 쉴새 없이 의견을 나눴다. 김인경(아녜스·53·인천 가정3동본당)씨는 “교육 과정을 통해 복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순희(빅토리아·58·서울 도봉동본당)씨도 “청년 시절 가노청 활동을 했던 것이 가노장까지 오게 됐는데 노동자로서 삶을 살다 보니 인간의 평등, 존엄함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인간의 존엄을 잃은 사회구조는 하느님께서도 원하신 것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노동과 삶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노동하는 그리스도인으로 구성
가노장은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단체로 카르딘 추기경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1925년 창설한 가톨릭노동청년회에 뿌리를 둔 곳이다. 가톨릭노동청년회는 혼인을 하거나 장년 세대가 되면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이에 가노청 안에서 양성된 이들이 활동할 자리를 찾지 못하자 ‘한국노동가정운동’(MOFC: Mouvement due Ouvrier Familial Coreen)을 발족했다. 1964년 1월 18일 ‘성인가톨릭노동청년회 발족미사’를 봉헌한 후 제1차 회합을 통해 가노장이 시작됐다. 같은 해 5월 9일 ‘한국가톨릭서울대교구노동장년회’가 발족했고 1966년 3월 17일 서울 내 4개 팀 회원들이 제1회 서울대교구연합회 총회를 개최해 ‘국제가톨릭노동장년회 연합’(MMTC: Mouvement Mondial des Travailleurs Chretienes) 정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아울러 대구, 대전, 인천, 마산 등 전국 여러 교구에서 가노장이 설립돼 마침내 1968년 8월 18일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연합회’를 결성했다. 2011년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로 주교회의 인준을 받아 국내외의 다양한 노동문제와 노동계의 복음화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양질의 노동과 인간다운 삶의 추구 노동은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필수요소 중 하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사목헌장」 67항)에서도 “노동을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인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노동의 가치를 밝히고 있다. 가노장은 가톨릭 액션 단체로 기능하며 노동자의 삶에 닥친 문제를 개선하는 활동을 함께한다. 쌍용차 정리 해고 문제,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있다. 매년 10월 7일 ‘양질의 노동 캠페인’을 열어 거리 행진 등을 통해 전 세계 노동자가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 캠페인으로 노동은 모든 이가 가진 ‘권리’라는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기본 소득으로 ‘형제적인 사회’를 건설하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88년 스페인 국제 총회, 1992년 프랑스 국제 총회 등의 국제총회와 교류회를 통해 회원국 간의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 활동을 유지한다. 가노장은 앞으로도 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노동하는 모든 이들이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연대할 예정이다.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