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신도 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12)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9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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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세상 만들고자…
가톨릭노동청년회에 뿌리 두고 2011년 주교회의 인준 받아 활동
노동문제와 노동 현장 개선 나서 양질의 노동 위한 평신도 교육도 

2017년 7월 14~21일 열린 국제총회에서 다른 국가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가노장 회원들.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 제공

“노동자 한 사람이 지구상에 있는 황금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창설한 벨기에 조셉 카르딘 추기경(1882~1967)이 한 말이다. 이 말은 노동의 중요성과 가치, 그리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회장 남명수, 담당 정수용 신부, 이하 가노장)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양질의 노동을 추구하고 노동 현장을 개선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평신도 사도직단체, 가노장을 소개한다.

■삶의 현장에서 고민하며 움직이는 평신도 단체

가노장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단체다. 아울러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노동 문제들을 관찰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팀’ 단위에서부터 실천적인 내용을 공유하며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명을 전한다. 월 1회 진행하는 교구별 팀 회합 내용을 바탕으로 분기별 교구 대표들이 교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또 복음 나눔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관찰, 판단한 후 실천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이와 같은 활동이 지향하는 것은 나의 변화를 통해 이웃의 변화를 이끌고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다.

가노장은 팀 회합을 원활히 이끌기 위해 올해부터 ‘평신도 동반자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회합 시 양질의 의견을 나누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6월 17일 첫발을 뗀 프로그램은 복음 나눔, 가노장 역사 등에 관해 다룬다. 교육을 위해 8월 19일 오후 2시 서울 노량진동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모인 20여 명의 회원은 무더운 날씨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었다. ‘복음 연구 2차(마르코)’ 교육을 들으며 쉴새 없이 의견을 나눴다. 김인경(아녜스·53·인천 가정3동본당)씨는 “교육 과정을 통해 복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순희(빅토리아·58·서울 도봉동본당)씨도 “청년 시절 가노청 활동을 했던 것이 가노장까지 오게 됐는데 노동자로서 삶을 살다 보니 인간의 평등, 존엄함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인간의 존엄을 잃은 사회구조는 하느님께서도 원하신 것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노동과 삶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8월 19일 서울 노량진동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열린 평신도 양성 교육에 참여한 가노장 회원들이 복음 말씀을 배우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노동하는 그리스도인으로 구성

가노장은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단체로 카르딘 추기경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1925년 창설한 가톨릭노동청년회에 뿌리를 둔 곳이다. 가톨릭노동청년회는 혼인을 하거나 장년 세대가 되면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이에 가노청 안에서 양성된 이들이 활동할 자리를 찾지 못하자 ‘한국노동가정운동’(MOFC: Mouvement due Ouvrier Familial Coreen)을 발족했다. 1964년 1월 18일 ‘성인가톨릭노동청년회 발족미사’를 봉헌한 후 제1차 회합을 통해 가노장이 시작됐다. 같은 해 5월 9일 ‘한국가톨릭서울대교구노동장년회’가 발족했고 1966년 3월 17일 서울 내 4개 팀 회원들이 제1회 서울대교구연합회 총회를 개최해 ‘국제가톨릭노동장년회 연합’(MMTC: Mouvement Mondial des Travailleurs Chretienes) 정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아울러 대구, 대전, 인천, 마산 등 전국 여러 교구에서 가노장이 설립돼 마침내 1968년 8월 18일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연합회’를 결성했다. 2011년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로 주교회의 인준을 받아 국내외의 다양한 노동문제와 노동계의 복음화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양질의 노동과 인간다운 삶의 추구

노동은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필수요소 중 하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사목헌장」 67항)에서도 “노동을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인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노동의 가치를 밝히고 있다.

가노장은 가톨릭 액션 단체로 기능하며 노동자의 삶에 닥친 문제를 개선하는 활동을 함께한다. 쌍용차 정리 해고 문제,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있다.

매년 10월 7일 ‘양질의 노동 캠페인’을 열어 거리 행진 등을 통해 전 세계 노동자가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 캠페인으로 노동은 모든 이가 가진 ‘권리’라는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기본 소득으로 ‘형제적인 사회’를 건설하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88년 스페인 국제 총회, 1992년 프랑스 국제 총회 등의 국제총회와 교류회를 통해 회원국 간의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 활동을 유지한다. 가노장은 앞으로도 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노동하는 모든 이들이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연대할 예정이다.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 남명수 회장은 “존엄성을 인정받는 노동이 우리 사회에 퍼지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 남명수 회장

“소외된 노동자의 아픔 알리며 노동계 복음화 위해 움직일 것”

“노동하는 사람이 존귀한 존재로 인식되고 인간적으로 대우받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이하 가노장)가 추구하는 비전입니다.”

가노장 남명수(임마누엘·57·인천 삼정동본당) 회장이 밝힌 가노장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는 가노장이 짊어져야 할 교회, 사회 내의 역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실상이나 아픔을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소외된 계층의 아픔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리스도의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사도 역할을 통해 노동계의 복음화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 회장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노동’이라는 말에 대한 선입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이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고충이다. “예전에 활동했던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더 빨리 변화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면서도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인간다운 노동을 하게 되면 점차 내 이웃과 동료, 그리고 사회까지 바꿀 수 있다”며 양질의 노동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자가 아닌 비신자들에게도 노동의 가치를 알리고 연대할 수 있는 ‘열린 조직’으로 기능하길 바란다며 비신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이주민에 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많다.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그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가노장은 국제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전세계 노동자가 하나라는 생각 아래 활동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노장은 구체적인 활동성을 가지고 교회 내외에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은 삶에 있어서 출발과 같습니다.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 적절한 혜택을 못 받는 분들도 분명히 존재하지요. 지쳐서 하는 노동이 아니라 존엄하고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함께해야 합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