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21) 가톨릭교회에 사형제 자리는 없다 / 오스틴 이버리

오스틴 이버리(‘크럭스’ 편집위원)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8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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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 방법에 상관없이 사형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벌’이며 형사재판제도의 결점과 사법부의 실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형을 거부해야 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제 가톨릭 신자들은 낙태나 인신매매 반대와 같이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으로서 수년 동안 사형제 폐지 운동에 참여했다. 이 모습을 보았던 이들은 교황이 사형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공식적으로 바꾼 것에 놀라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교황청은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사형 관련 교리를 개정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발간 25주년 기념식에서 이미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교황은 “사형이 어떻게 수행되든 간에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사형에 관해 논의된 내용을 더 분명하게 명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형제는 ‘그 자체로’ 복음을 거스르는 일”이라면서 “사형은 창조주의 눈에는 언제나 신성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뿐이며, 오직 하느님만이 진정한 판결을 내리고 인간의 삶을 관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 자체로’라고 언급한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사형제를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불의한 공격자에게서 인간 생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하고 가능한 방법이 오로지 사형뿐이라면 사형에 의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사형제를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비록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후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는 사건은 ‘실제로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고 분명하게 피력했지만, 미국의 네브래스카주에서부터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신자 사형제 옹호자들은 이 작은 틈새를 이용해 교회가 사형제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2007년 유엔이 사형 집행 유예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이 결의안이 인간 생명의 신성함에 대해 대중이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며 환영했지만, 안토닌 스칼리아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과 같이 유명한 가톨릭 신자 사형제 옹호자들은 낙태에 대한 견해와 달리 사형제를 유지하거나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이런 생각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완전히 위배된다. 집행 방법에 상관없이 사형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벌’이며 형사재판제도의 결점과 사법부의 실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형을 거부해야 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제 가톨릭 신자들은 낙태나 인신매매 반대와 같이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몇몇 우익 가톨릭 신자들은 교리 변경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껏 교회가 가르쳐 왔던 것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표현이 다른 교회의 핵심 가르침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수정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다만 적용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비오 12세 교황은 1952년 “공권력은 범죄의 죗값으로 사형수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자들은 과거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며 사형 시행은 그리스도교의 가치보다는 법률 존중주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5년 동안 서구 사회는 점차 생명의 고유한 가치에 위배되는 사형에 등을 돌려왔다. 이러한 도덕적 인식은 우리 사회 안에 복음이 퍼진 결과물이다.

「데드맨 워킹」의 저자이자 사형폐지 활동가인 헬렌 프리진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리 개정에 “도덕적 판상 구조가 바뀌었다”면서 “한 사람을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진 수녀는 “이제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사형을 영구히 폐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스틴 이버리는 영국 출신 작가 겸 기자로,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다양한 미디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위대한 개혁가」(The Great Reformer)의 저자이기도 하다.

오스틴 이버리(‘크럭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