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간다에 피어난 꽃동네 영성 (하) ‘에이즈 고아 복지활동 현장을 가다’

아프리카 우간다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9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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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람들 돕는 수녀님 될래요”

우간다 카라마 ‘사랑의 집’ 여자 어린이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우간다는 내전으로 인한 죽음과 난민,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아프리카가 지닌 어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에이즈는 이전보다 감염률이 많이 낮아졌다 해도,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우간다에 큰 고통을 주는 요소다. 특히 에이즈 영향을 받은 고아들 문제가 심각하다. 우간다 어린이의 5분의 1이 에이즈로 인해 부모가 목숨을 잃은 에이즈 고아다. 전체 인구수 대비로 보면 7.8%에 이르는데, 이는 모잠비크(8.8%)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우간다 꽃동네의 에이즈 복지 활동에서는 카라마 ‘사랑의 집’과 키루후라 ‘추기경 김수환 센터’ 등 시설을 통한 직접적인 에이즈 고아 보호와 지역 에이즈 가정을 방문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에코(Essential Care and Hope for OVCs (Orphan and Vulnerable Children)) 프로젝트(이하 에코)가 중요한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8월 19일 에코의 가정방문 현장에 동행하는 한편 카라마 사랑의 집을 탐방했다.

■ 에코프로젝트

에코 관계자들과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루람비라 지역. 키루후라 추기경 김수환 센터에서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했다. 마을로 들어서 코무지샤 아그네스(45)씨 집을 찾았다. 그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다. 아들 제럴드(16)도 모자 수직 감염돼 HIV를 지니고 있다. 전형적인 모자 HIV 가정이다. 에코 지원 대상은 10세에서 18세까지의 HIV 에이즈 감염자들과 부모가 에이즈를 겪는 아이들, 또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한 고아들이다. 제럴드는 에코에서 병원 교통비와 학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5년 전 지역 아웃리치워커(Outreach Worker, 가정방문원)를 통해 에코 대상자가 된 제럴드는 당시 제대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만큼 몸이 약한 상태였다. 인근 병원에 응급 입원을 시키고 치료를 하자 점차 몸이 회복됐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제럴드는 “중고등부 과정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에코에서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에코 관계자들은 이어서 카렝고 구역에 사는 초샤비레 마리온(32)씨 집으로 향했다. HIV 보균자인 그는 3평 정도의 월세방 한 칸에서 아들 5명을 홀로 키우며 산다. 부엌도 따로 없고, 가구라고는 침대 하나다. 남편은 5년 전 에이즈로 사망했다. 오스카(16), 조셉(15)군 등 첫째, 둘째 아들은 에코의 교육비 지원을 받고 있다. 마리온은 “나머지 아이들 교육비는 늘 걱정”이라고 했다. 장남 오스카는 요즘 자주 학교를 빠지고 있다. 유급해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동생뻘 친구들과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은 듯했다. 걱정하는 에코 관계자들에게 오토바이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인터뷰하는 사이 의사가 되고 싶다는 브라이언(12)과 경찰이 꿈인 빈센트(9), 파출소장이 되고픈 존 밥티스트(6) 등 세 아들이 맑은 눈망울로 마리온씨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지닌 양육의 무게가 가늠됐다. 그러한 삶의 무거움 속에서 에코의 존재는 그들이 세상에서 버려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통로였다.

에코는 2013년 코이카와의 협력 사업으로 시작됐으나 2017년부터 우간다 꽃동네가 자체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는 가정 방문과 모니터링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에코를 총괄하는 배민영(마태오) 수녀는 “가정 방문원들이 에이즈 고아들을 방문하고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며 “교육 지원과 병행해서 앞으로 청소년 심성 계발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도 마련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코는 현재 900가정을 돌보고 있다. 아웃리치워커로 활동하는 이들은 지역 내 20대 청년 11명이다.

■ 에이즈 고아

에이즈 고아들이 겪는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성장기에 부모나 주위 어른들로부터 받아야 할 적절한 신체적·정신적 돌봄 부족으로 모아진다.

HIV 감염 고아들은 많은 경우 부모 사망 후 친척이나 공동체에서 외면받는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약을 타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 교통비도 만만찮고, 다른 가족들에게 ‘병을 옮길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양부모나 조부모들에게도 거부당한다.

신체적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면 병세는 빠르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영양 상태가 좋아야 독한 약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앓게 되면 사망하기 쉽다. 꽃동네의 우간다 진출 초창기 시절, 건물도 마련하기 전에 위독한 아이들을 데려와 보살핀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에이즈 감염이 여전한 상황에 대해 배 수녀는 “잘못된 관습과 생활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장이 여러 부인을 거느리고, 그러면서 자신은 에이즈 검사를 거부하고 또 검사해도 결과를 제대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사는 부인들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조혼이나 형제가 죽은 후 다른 형제들이 그 부인을 취하는, 과부 세습과 같은 전통도 에이즈를 퍼트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우간다 꽃동네 에코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배민영 수녀가 8월 19일 루람비라 지역 코무지샤 아그네스씨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랑의 집

카라마 사랑의 집(원장 황경순 수녀)은 우간다 꽃동네의 출발이 이뤄진 곳이라 할 수 있다.

건물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한국에서 온 수도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북소리에 맞춰 민속춤을 추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춤을 추는 흥겨움에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이제 그들에게 ‘사랑합니다’와 하트 표시는 아주 익숙한 언어였다.

4세부터 17세까지 62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남자 27명, 여자 35명)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랑의 집은 2009년 축복식을 거행했다. 여자 동, 남자 동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75평, 72평 규모다. 주방과 식당, 경당 등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에이즈 고아들뿐만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어린이들도 생활하고 있다. 사랑의 집 원장 황경순(마태오) 수녀가 직접 가정 방문을 통해 찾은 아이들이다.

키아투미르 아비아(15)는 어릴 때 부모가 모두 에이즈로 사망했다. 그래서 엄마, 아빠 얼굴도 기억 못 한다. 언니와 함께 살다가 사랑의 집에 오게 됐는데 꽃동네 수녀가 장래 희망이다. 그는 “꽃동네 도움으로 학교도 가고 성당에서 복사도 설 수 있고 수녀님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황 수녀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인근 9개 지역을 다니며 가정 방문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방문한 가정은 3700가구에 이른다.

이렇게 집집마다 방문을 통해 실상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기에 꽃동네의 에이즈 고아 복지 활동은 일반 NGO 프로젝트보다 현지인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으로 다가서고 있다. 또 시설 운영과 현장 방문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호보완적인 면은 큰 장점으로 주목받는다. 에코에서 파악한 아이 중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 사랑의 집이나 추기경 김수환 센터에서 돌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수녀는 “가정 방문 시 가장 살림이 어려운 집을 먼저 찾고, 또 그 가정에서도 제일 허약해서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데려온다”고 했다.

사랑의 집은 현재 500여 명에게 학비, 교복,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지인 간호사를 동반한 가운데 에이즈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건강 보조약을 지급하고 있다. 허물어진 30여 채 가옥의 수리를 돕기도 했다. 이제 한 달에 1000 우간다 실링(한화 400원)을 후원하는 우간다 꽃동네 회원은 500여 명이 됐다.

시대와 지역이 가장 시급하게 요청하는 문제들 안에서 꽃동네 가난의 영성이 피어나는 현장이었다.

※문의 001-256-(0)773-249498, onnuri83@gmail.com

우간다 카라마 사랑의 집 숙소에서 카드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아프리카 우간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