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순교자 성월, 수원교구 성지 방문해 보세요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8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교우촌·순교터 등 신앙선조 발자취 곳곳에 가득

순교자 성월.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들의 삶과 신앙을 체득하는 시기다. 순교자들이 살아가고 또 목숨을 바친 땅에 자리한 교구에는 많은 성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교구 내 성지들을 방문하면 어떨까.

순교자들의 성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순교자들이 피 흘려 신앙을 증거한 성지다. 교구 성지 중 5곳은 신앙을 위해 목숨 바친 순교자들의 굳은 믿음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 각 지역을 관할하던 중심 관청인 ‘도호부’와 ‘유수부’가 있던 자리가 바로 그곳이다. 수원도호부가 있던 수원 화성에는 수원성지가, 광주유수부가 있던 남한산성에는 남한산성성지가 있다.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은 성 전체에 걸쳐 순교터가 있다. 성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순례를 할 수 있다. 죽산도호부의 순교터에는 죽산성지가 자리하고 있다. 죽산성지는 순교자들이 잡혀있던 옥사터에도 현양비와 조형물을 세워 순례를 돕고 있다. 오늘날 성모성지로 유명한 남양성모성지도 남양도호부가 신앙선조들을 처형한 자리다.

신앙선조들은 토포청이나 포도청에서만 순교한 것은 아니다. 조선정부는 각 지역사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신앙선조들을 자신들의 출신지역에서 처형하도록 했다. 한국교회의 요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초기교회 신자들이 많이 살았던 양근도 순교터다. 양근성지에서 양근섬으로 가는 길목에 순교한 자리가 있어, 성지는 양근섬에 조형물을 세워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여주성당도 여주지역의 순교터로 추정되는 자리에 ‘순교치명기념비’를 세워 순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순교자들이 순교로 믿음을 증거 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교구 자리는 무엇보다도 순교자들이 신앙을 실천하며 살던 곳이다. 교구는 신자들이 신앙선조들의 삶과 신앙을 체득할 수 있도록 교우촌이 있던 자리에 성지를 조성했다.

이런 교우촌에는 순교자들의 시신을 모셔와 오늘날까지 지켜왔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사목하던 곳이자 그 무덤이 자리한 미리내성지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또 김성우(안토니오) 성인이 살다 묻힌 구산성지,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이 일군 교우촌이자 성인의 묘소가 있는 수리산성지, 하느님의 종 정은(바오로)과 하느님의 종 정양묵(베드로)이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고 묻힌 단내성가정성지도 이런 곳이다.

김대건 성인이 유년시절을 보내고 사목하던 은이성지나 장주기(요셉) 성인의 출신지 요당리성지, 성 오메트르 신부나 성 도리 신부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머물던 손골성지 등도 순교자들의 신앙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교우촌에 세워진 성지다.

어농성지는 교우촌은 아니지만 복자 윤유일(바오로), 복자 윤유오(야고보), 복녀 윤점혜(아가타), 복녀 윤운혜(루치아) 등 수많은 순교자를 낸 파평 윤씨 집안의 선산에 성지를 조성해 초기 한국교회 신앙선조를 현양하고 있다.

순교지와 교우촌만이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하는 성지는 아니다. 교구에는 학문으로 받아들인 천주교가 신앙으로 발전한 천진암성지가 있다. 천진암에서는 학자와 젊은 선비들이 천주교교리를 연구하는 강학회가 열려 종교적, 신앙적 차원으로 연구를 발전시켰다. 현재 천진암 터에는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 하느님의 종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하느님의 종 권철신(암브로시오),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 5위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들의 묘소도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