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당신은 나의 동반자~! / 박상호 신부

박상호 신부 (어농성지 전담)rn
입력일 2018-08-28 수정일 2018-08-28 발행일 2018-09-02 제 311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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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어농성지’에는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장 겸 팀장 베드로 형제가 있습니다. 집은 용인시 죽전인데 이천의 산속 어농까지 출퇴근을 합니다. 여름 내 캠프가 있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밖에 귀가를 하지 못하고 새벽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쉬는 날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봉사자 한 명, 한 명 세심히 살펴주고, 개인적인 문제들로 고민하는 스텝들까지 일일이 챙겨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찬양캠프 프로그램 기획부터 생활성가 가수 섭외, 수영장 청소, 찬양반주와 진행 등 정말 많은 일과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성지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세밀히 살피고 준비하고 운영하는, 성지에 꼭 필요한 일당백의 요원입니다.

그리고 어농성지를 관리하는 루카 관리장이 있습니다. 꾸르실료 교육 때 일렉기타로 찬양봉사를 하다가 성지에 오게 됐습니다. 루카 형제의 하루하루 역시 수많은 일들의 연속입니다. 8만9256m²(2만7000평)에 가까운 성지의 제초작업으로 매일 땀을 흘립니다. 성지 화장실 청소는 물론이요, 건물을 관리하고 나무를 전지하며 작은 못 하나 빼내는 작업까지 모두 관리장의 몫입니다. 캠프나 피정이 한 차례 끝나고 나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쓰레기를 분리하고 정리하고 처리합니다. 십자가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나무 십자가를 매 차수 만들면서 무더위에 땀을 참 많이 흘렸습니다. 루카 관리장 역시 일주일에 3~4일은 성지에서 숙박을 하며 성지를 열심히 가꾸고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사무실 지킴이 마리아 사무원도 있습니다. 마리아 자매는 사무 업무를 담당합니다. 성지순례 예약과 문의 전화를 받고 성지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접수를 받습니다. 후원회원님들께 보내드리는 월보를 만듭니다. 성당 정리와 청소도 빼먹지 않습니다. 성지에서의 원활한 미사전례를 위해 미사제구를 준비하고 제의를 펼칩니다. 미사 때 반주자가 없으면 건반도 치고, 해설자가 없으면 해설도 하고, 독서자가 없으면 독서도 합니다. 세 아이의 엄마인 마리아 자매는 자녀 양육으로 바쁜 와중에도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합니다. 성지의 귀염둥이 멜리, 별이, 톨스토이, 어농이의 사료와 물도 잘 챙겨줍니다. 마리아 사무원도 두말할 것 없이 우리 어농성지에 꼭 필요한 요원입니다.

두 달 전 어농성지로 발령을 받고 걱정을 아주 조금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생활하면 외롭지 않을까?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밖에서 소리가 나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동창 신부에게 야구방망이를 하나 사달라고 했습니다.(지금 저의 침대 옆에 놓여 있네요) 제가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베드로 요원과 루카 요원이 성지 피정의 집에서 자주 잠을 잡니다. 사제관에 올라올 때에도 꼭 사제관 입구까지 동행을 해 줍니다. 작은 배려와 큰 사랑에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이렇게 든든한 동반자가 있으니 어농성지는 아주 잘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무장님! 관리장님! 사무원님! 저의 동반자가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상호 신부 (어농성지 전담)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