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하느님 감사합니다

허재림(바오로·제주 서문본당)
입력일 2018-08-21 수정일 2018-08-21 발행일 2018-08-26 제 310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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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99년 1월 세례를 받고 지금까지 가톨릭신문을 받아보고 있는 독자입니다. 신문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있어서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언젠가 신문에 신학자 칼 라너의 「일상(日常)」이라는 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책 분량은 많지 않으면서도 타성에 젖어있는 일상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평소 매일 생활 속에서 행하는 일하는 것, 걷는 것, 보는 것, 웃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등등, 이 모든 일상 속에 은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주일, 성당에 가는 길에 평소 안면이 있는 정장 차림의 선배를 만났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제주도 말로 “이 무더운 날씨에 정장차림으로 어디 감수까?” 하고 인사했더니 그 선배는 “교회(개신교)에 간다”고 교회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나는 그때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회에 갈 때엔 정장차림으로 가는구나!’

평소 성당에 갈 때 되는 대로 입고 가던 스스로가 떠올라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부터 미사에 갈 때에는 정장 혹은 정장이 아니라도 좀 더 깔끔한 옷을 갖춰 입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속한 오름동우회에서 주일에 노꼬매 오름을 등반하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즉시 승낙했지요. 하지만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은 일상의 신비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무에게 다시 연락해 갑자기 볼 일이 생겨 참가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날 주일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일상」이라는 책을 통해 일어난 것이죠. 우리는 보통 ‘신비’라고 하면 보통 신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삶의 살펴보며 일상 속의 작은 신비에 대해 은혜의 체험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생활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조그마한 변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다짐합니다.

허재림(바오로·제주 서문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