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주교님의 눈물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8-21 수정일 2018-08-21 발행일 2018-08-26 제 310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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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축복식이 거행된 우간다 키루후라의 추기경 김수환 센터는 관할 교구인 움바라라대교구가 연간 사용료 1달러, 즉 무상 임대 형식으로 꽃동네에 제공한 부지 위에 지어졌다. 이 부지는 크기가 32만 평에 이른다. 움바라라대교구가 80마리의 소를 키우며 그 수익금으로 신학생 뒷바라지를 하던 장소다. 이 땅이 꽃동네에 무상 임대된 데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때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움바라라대교구장 폴 K. 바쳉가 대주교는 꽃동네에 땅을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 일부 교구 사제들의 반대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바쳉가 대주교는 꽃동네 수녀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수녀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그 수녀는 “저는 이곳에서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는 대주교의 마음을 움직였다. 무상 임대 계약이 체결됐고 수도자 숙소와 행려병자들을 위한 시설이 차례로 지어졌다.

추기경 김수환 센터 축복식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바쳉가 대주교는 그때의 장면을 기억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머나먼 곳에 와서 우리를 위해 죽겠다는데 무엇을 더 어떻게 망설일 수 있었겠느냐”는 말을 들려줬다.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노(老) 주교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마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삶을 바치겠다는 수도자의 모습 속에서 느낀 고마움과 그로 인한 행복함, 기꺼움이 아니었을까. 가장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자리였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