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I am the life”(나는 생명이다) / 박상호 신부

박상호 신부 (어농성지 전담)
입력일 2018-08-21 수정일 2018-08-21 발행일 2018-08-26 제 310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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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자주 말한다. 왜일까? 세상 모든 이가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왜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매일매일 뉴스를 통해 쏟아지는 소식들은 우리의 마음을 차갑게 만든다. 국가와 국가 간의 위협과 전쟁,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비판,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자들의 해코지.

죽음을 향한 인간들의 범죄는 비단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찾아오시기 전부터 이미 살인, 낙태, 간음, 폭행, 사기 등의 죽음을 향한 질주는 점점 속도를 높여왔다. 1000년 전에도 전쟁은 일어났으며 100년 전에도 살인은 비일비재했다.

인간의 죄의 결과일까? 지구는 너무너무 아파하고 있다. 생태계는 무서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강물은 오염됐고, 바다거북이가 쓰레기에 의해 죽어나간다. 기후의 변화로 우리는 올 여름 엄청난 고통을 받았으며, 올 겨울 살벌한 한파로 얼어붙게 될 것이 예상된다.

어농성지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생명에 대한 체험들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매미가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 사제관 입구에서 매일 10~20 마리의 말벌을 잡고 있는데 그래도 쉬는 날 없이 말벌이 찾아온다. 제초기를 돌려 깔끔해진 마당의 잔디와 풀이 건강히 살아있다며 소나기 한 번 내림으로 키가 쑥쑥 자란다. 논의 벼들은 녹색에서 옅은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수백 마리의 잠자리들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예수님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셨다. 십자가 위에서 죽기 위해서가 아닌 영원한 생명을 위한 부활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예수님의 자녀인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결국 ‘생명’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생명의 문화’는 온 땅에 깔려있다.

올 여름 어농성지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다녀갔다. 청소년 찬양캠프, 초등부 찬양캠프, 복사학교, 기도생활체험학교…. 며칠 전에는 청년들도 어농성지에서 열린 찬양캠프에 함께했다. 캠프 중에는 성지에서 청소년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하고, 같이 찬양하며 노래하고, 같이 기도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함께 생명을 찾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찾는다.

그 많은 청소년들과 프로그램을 하면서 찬양 페스티벌이 인상 깊게 가다온다. 찬양 페스티벌 중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당신은 나의 길, 진리, 생명입니다’라는 구절을 영어로 찬양했다. ‘당신은 저의 생명입니다’라는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청소년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 여러분! 생명이신 주님과 함께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많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죽음의 문화에 빠지지 말고 우리가 직접 주님은 우리의 생명이시라는 진실을 어른들에게 알립시다. 그렇게 하여 우리 모두 영원한 생명을 차지합시다.”

박상호 신부 (어농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