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48) 나눔도 타이밍이라!(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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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과일을 좋아하시나요? 아차,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여름철이 되면 여러분은 어떤 과일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자두를 무척 좋아합니다. 살짝 빨간 빛깔을 간직하고, 상큼한 신맛도 나면서 달콤한 단맛이 가득한 자두는 먹을 때마다 맛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용돈이 생기면 동네 시장에 가서 자두 한 바구니를 사서 그 자리에서 다 먹기도 합니다.

얼마 전 우편물 문제로 동창 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동창 신부님 본당으로 진즉에 보낸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내가 직접 우편물을 가지고 그 본당에 찾아갔던 것입니다. 미리 전화를 안 하고 갔는데 마침 본당 신자 중 선종한 분이 계셔서 동창 신부님은 성당에서 가까운 병원에 신자분들과 연도를 바치러 갔습니다. 그래서 기다릴 겸, 동창 신부님 방에 가서 침대에 누워 기지개만 켰는데 그만…, 잠들어 버렸습니다.

30분이나 잤을까, 누군가 나를 깨워서 눈을 떠 보니 동창 신부님이 나를 위에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화들짝!’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가지고 온 우편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동창 신부님은 수고했다고 말하더니, 사무실로 내려가서 우편물의 내용물을 본당 게시판에 게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성당 근처에 빵집이 하나 있는데, 우리는 거기서 냉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대화중에 동창 신부님이,

“석진아, 오늘 너 생일인데 저녁 약속은 없니? 내가 시간이 있으면 저녁 사줄 텐데, 오늘과 내일 본당에서 모임과 회의가 있어.”

“우와, 감동이다. 내 생일을 다 기억하고! 사실 나도 수도원에 행사들이 있어서 바쁘기는 해. 그리고 생일 축하, 말만 들어도 고마워!”

“그래도 생일인데,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나는 동창 신부님의 말에 그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나는 속으로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만 말해버렸습니다.

“정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 줄거야?”

“크게 부담되는 거 아니면 해 줄게.”

“그럼 말한다. 나, 자두 한 봉지만 사주라. 요즘 자두가 먹고 싶어!”

“자두! 푸하하하. 자두면 되겠어? 좋아, 자두 사러 가자.”

우리는 빵집에서 나와, 자두를 사러 근처 마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과일 코너에 가서 자두를 찾는데, 글쎄 매장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자두를 박스에 담아 팔고 있었습니다.

‘우와, 저렇게 먹음직스러운 자두가 박스 안에 담겨 있네!’ 가격도 비싸지 않았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2만 원이 좀 넘었나, 그랬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자두 박스를 보자, 그냥 한 박스를 집어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좋아라! 저 정도 양이면 하루에 3개씩, 열흘 이상은 먹겠네.’ 이어서 계산대에서 계산을 한 후 동창 신부님은 자두 한 박스를 내게 주며,

“너희는 개인 방에 냉장고가 없으니 나누어 먹어야겠다. 그래서 아예 한 박스를 샀으니 다 같이 맛있게 먹어!”

나는 속으로 ‘형제들과 함께, 히히히 나 혼자 먹을 건데!’라고 말했습니다. 동창 신부님과 헤어진 나는 수도원에 오자마자 자두를 몰래 놓을 장소를 찾았습니다. 공동방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보니, 여러 형제들이 복용하는 약봉지가 있었습니다. 잔머리를 굴리던 나는 우선 자두를 검은 봉지에 다 담은 후, 마치 약인 듯 위장해 놓고 냉장고의 맨 구석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식사 후에 기분이 좋아 3개, 그리고 그다음 날 3개, 또 그다음 날 3개, 이렇게 개수를 정해서 하나씩 먹는데…. 정말이지, 몰래 먹는 자두 맛은 최고였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