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신부님, 우리 신부님 / 김성춘

김성춘 (비오) 시인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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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오늘 강론 잘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저희 본당에 오신 후 교중미사에 소소한 즐거움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요즘 말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그것은 신부님의 명쾌하고 감동적인 강론 때문입니다. 현실을 떠난 관념적인 설교가 아니라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신부님은 피부에 와 닿는 강론을 해주십니다. 신앙심이 부족하고 타성에 젖어 생활하는 저희들에게 신부님의 따끔한 질책과 반성을 곁들인 명쾌한 강론은 저희를 새로 태어나게 해주시지요. 신부님의 재미난 강론은 새 희망 속에서 일주일을 견디게 하는 비타민 같은 힘을 가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부님.

신부님과 함께하는 미사 시간은 저희들에게 은총의 시간입니다. 신앙인의 감격적인 순간들입니다. 사제의 인격을 빌려 사랑하는 분이 저희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미사 시간, 저희들은 하느님 은총에 대한 감각을 살려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신부님께선 항상 미소 띤 얼굴에 마음이 열려 있으셔서, 저희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겸손하신 예수님 모습처럼, 저희들의 마음을 잘 읽고 격려해 주시고 푸근한 동네 어르신처럼 동행해주셔서 언제나 존경합니다.

신부님께서 경북 경주로 부임해 오셔서 경주를 알기 위해 ‘왕릉 투어’를 계획하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근사한 신부님다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왕릉을 알면 신라가 보이지요. 신라 불교의 문화유적이 산재한 ‘남산 투어’도 근사합니다. 왕릉과 남산뿐 아니라 경주는 벽 없는 ‘야외 박물관’이지요. 경주 흥덕왕릉도, 희강왕릉도, 전 민애왕릉도 한번 시간 내서 답사해 보시지요. 비극의 주인공들이니까요. 경주는 살아 갈수록 도시가 수수께끼 같아요. 삶의 의미를 되씹게 만드는 도시란 생각이 듭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사유케 하지요.

신부님, 우리 신부님.

어르신사목의 중요성을 아시고, 성경대학을 다시 개설하신 점도 존경받을만합니다. 어르신들이 성경공부와 성경필사를 하면서 마음의 치유도 하게 만들어주셨죠. 이것도 신부님의 현명한 결단이란 생각을 합니다.

신부님께선 ‘참된 봉사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진짜 기도는 골방에서 하는 기도가 최고의 기도라고 하셨고요. 본당의 많은 봉사자들과 ‘영양 팀 봉사자’님들께도 신부님의 열정이 와 닿게 도와주십시오.

현대인들은 대부분 여유 없이 기계처럼 살고 있습니다. 삶은 늘 폭풍전야와 같습니다. 미사 중에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들은 하지만, 돌아서면 마음과 달리 타인이 되어 섬처럼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저희들입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평화를 이루시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실패했지만 예수님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시려고 복음을 전파 하신 걸로 압니다. 예수님은 평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저희들에게 항상 가르쳐 주셨습니다.

존경하는 신부님.

저희들에게 무엇보다도 주님 안에서 쉴 수 있는, 영적으로 충전된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해주십시오. 하느님과의 관계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저희들이 ‘입 신자, 손 신자, 발 신자’가 되지 않게 질책해 주십시오.

신부님께 갑자기 편지를 올려 결례가 되지 않았는지 걱정도 됩니다. 해량해 주십시오. 신부님의 건강을 빕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성춘 (비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