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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독립운동과 남북의 ‘공존’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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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15일은 광복 73주년이면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이날을 둘러싸고 언젠가부터 건국절 논란이 등장했다. 언뜻 보기에 정부수립을 해 건국이 됐으니 그게 어떤 차이가 있길래 논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건국절’을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이 언제 건국됐는가라는 사실에 관한 논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은 어떤 정치 세력으로부터 나오는가 하는 점에 관한 논란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 것으로 명시돼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독립운동을 통해 나왔다는 것을 명백하게 한 것이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면 대한민국을 건립한 세력들만이 아니라 북한을 건립한 세력들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가짜 김일성’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다. 북한의 김일성은 독립운동의 영웅 김일성 장군을 참칭한 가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성이 만주에서 항일 빨치산 투쟁을 했던 김일성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독립운동을 했던 연안파와 건국 주체세력 중 하나인 소련파 등이 정치적 논쟁 과정에서 숙청됐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남로당 주도 세력들이 그리고 1968년에 갑산파가 숙청되면서 소위 김일성 유일체제가 구축됐다. 남한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서 김구, 여운형 등 독립운동의 거두들이 정치적인 테러를 당해 암살됐으며, 한국전쟁 이후 조봉암은 법원의 판결로 사형당했다. 남북한 모두 독립운동의 주요한 세력들이 국가 수립 이후 여러 논쟁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축출됐으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렀던 것이다.

남북한의 공존을 통한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지금 독립운동의 역사적 과정과 의미에 대한 합의된 정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이 바로 ‘진영 논리’의 극복이다. 우리 세력만이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식의 진영 논리가 남북한 모두 과거의 정치사를 피로 물들였던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닌 세력 역시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즉 기준이 될 수 있는 가치 형성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독립운동을 거쳐 1948년 8월 15일에 정부를 수립한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건국절 논란도 상당 부분 합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나아가 독립운동 역사에서 좌익과 우익 모두의 기여를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로 기록하려 한다면 남북한이 서로를 한반도 공동체의 주체로 인정하는 출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앙이란 비타협적인 것이 아니며 외려 타자를 존중하는 공존의 상황 속에서 성장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서로에 대한 인정과 이해야말로 ‘공존’을 위한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원영 (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