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윤남숙(리오바)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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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에 하느님 전하려면 지식보다 행동하는 사랑 필요해요”
민화위 교리교사 팀장으로 봉사
거주지 본당서 세례 받도록 이끌어

“신앙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교구.’ 교구가 설정 50주년을 맞아 선포한 교구 미래복음화를 위한 비전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교리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윤남숙(리오바·57·제1대리구 동수원본당)씨는 바로 이 ‘소통’이 “신앙 전달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윤씨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12년. 민화위가 북한이탈주민 교리교육을 시작하면서다. 하상신학원을 수료하고 중·고등학생 예비신자 교리를 맡고 있던 윤씨는 지인의 제안으로 민화위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신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실 그렇게 관심이 있지도 않은 사람들. 세상의 편견에 갇혀 살아가느라 ‘신앙’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일은 너무도 막막한 일이었다.

윤씨는 “분명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대답도 잘하고 있는데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교리교사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돌아보니 제가 잘못하고 있음을 깨달았죠. 소통은 제 것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통’에 힌트가 된 것은 그동안 봉사해오던 중·고등학생 예비신자 교리의 경험이었다. 말은 통하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통하지 않고, 신앙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던 점에서 청소년과 북한이탈주민의 공통분모를 찾았다. 윤씨는 ‘교리 지식을 전달하려 하기보다 먼저 신앙의 기쁨,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을 드러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은 다름 아닌 ‘환대’다.

“많은 분들이 북한이탈주민을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불러 인사를 나누고, 격려하고 관심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전하고 있어요. 교리교사가 할 일은 그 사랑이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뿐이죠.”

현재 윤씨는 민화위 교리교사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총 10명의 교리교사가 하나원에서 교육받는 북한이탈주민의 교리교사이자 친구,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겨우 1시간씩 12번의 짧은 만남이지만, 윤씨와 교리교사들의 노력으로 세례를 받고자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윤씨는 기쁜 마음으로 북한이탈주민 거주지의 인근 본당을 소개하면서 예비신자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반대로 그렇게 연락해온 북한이탈주민이 성당에서 상처를 받고 화를 내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다. 윤씨는 “주말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성당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발걸음인데, 막상 찾은 성당에서 냉대를 받으면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원 천주교모임에서 환대받던 추억으로 성당을 찾은 북한이탈주민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저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제 작은 봉헌이 도움이 된다면 그만큼 큰 기쁨은 없을 것 같아요. 예수님께서 빵 5개로 5000명을 먹이신 것처럼 저희가 뿌린 작은 씨앗은 예수님이 크게 만들어 주시지 않을까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