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최남순 수녀 교도소 일기] 72 가정파괴범은 누구인가 8

입력일 2018-08-12 수정일 2018-08-12 발행일 1993-06-06 제 185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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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하는 마음자세로 복역

참 회개하는 주님자녀 다짐
크리스티나 수녀님께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성 도미니꼬 사제 기념일이구요. 그리고 입추입니다. 극성스럽던 추위도 이젠 어림없겠지요. 끈끈한 더위 가운데도 온갖 비애와 때론 기쁨 가운데서도 해는 어김없이 떠오르고 하느님 섭리 안에서 하루 24시간을 순종한다는 작은 사명감아래 작은 자는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수녀님 이곳에서도 여름이라고 매미가 맴맴 맴 매맴 소리 없는 고마우신 분의 움직임 속에서 방금 도착했습니다. 엽서, 어제 오늘순으로 ‘처음과 마지막 쓰는 이름’이란 표지가 붙은 수필집도 잘 받았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참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정말 떳떳치 못하다는 자의식속에서 무거운 가슴이 되어 맴돌곤 합니다.

수필집 저자 홍 교수님께선 새벽이면 전등을 안 켜시고 꼭꼭 촛불을 켜신답니다. 고요히 타오르는 심지를 바라보시며 기도를 드리신대요. 초는 제 몸을 태워 빛을 발하고 심지가 생명이래요. 저도 흉내내볼 심정으로 없는 초를 구해가지고 마음의 촛불을 켜봅니다.

거기엔 바로 거룩하신 하느님이 계심을 간구드리면서 말입니다. 수녀님 이 시간 구내방송에서는 감미로운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고 있습니다. 음악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차분하게 사로잡습니다. 간간히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식물도 음악을 들으면 잘 큰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영신적으로 깊이 심취하고 뉘우치는 자 되길 간구하렵니다. 주님을 떠나서 제가 이제 어디로 가겠습니까. 완전히 그분에게 사로잡힌 사랑의 포로가 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절대자이신 하느님 아버지 경건히 무릎 꿇고 비오니 나약하신 분과 함께 하시어 당신의 무한한 영광 드러내시고 세세에 찬미 받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