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화의 모후’ 성모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8-07 수정일 2018-08-08 발행일 2018-08-12 제 310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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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평화를… 기도하고 기도하라
해마다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보내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도 지내
특히 광복절과 성모 승천 대축일 겹치며 한국교회, 성모님 대한 믿음과 사랑 확산

8월 15일은 가톨릭교회가 기념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이다. ‘평화의 모후’인 성모 마리아가 지상의 삶을 마치고 승천하셨음을 기념하는 대축일이 우리 민족이 해방된 날임은 의미심장하다. 민족 화해의 여정을 향한 발걸음이 바빠지는 2018년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가 인류에게 어떤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지 알아본다.

◎ 그리스도가 주는 참 평화

그리스도는 ‘평화의 왕’이다. 그리스도가 주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는 분명하게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고 말했다.

예수 당시 로마제국에 의해 유지되던 평화는 철저하게 힘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되던 ‘세상의 평화’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Gaudium et Spes·1965)은 오늘날 군사력으로 유지되는 ‘세상의 평화’는 참 평화가 아니라 말하며 “짓누르는 불안에서 세계를 해방시켜 참 평화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평화의 길을 선택하도록 촉구했다. 이처럼 주님이 주는 참 평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교회는 매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고 “평화란 생명과 진리와 정의와 사랑이 지닌 가장 높고 절대적인 가치”라고 가르쳤다.

◎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세계 평화의 날’이 동시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는 에페소공의회(431년)에서 공적으로 승인됐고, 1970년 이후 매년 1월 1일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낸다. 교회는 이날 성모 마리아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근원이신 성자가 세상에 오심을 기뻐하고 그분이 주시는 평화가 세상에 구현되도록 기도한다.

그리스도가 ‘평화의 왕’이라면 그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모후’이다. ‘모후’(母后)란 임금의 어머니를 이른다.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왕인 그리스도의 모친이기에 ‘모후’로 불린다. 베네딕토 14세 교황은 1917년 성모 호칭 기도에 이러한 호칭을 삽입한 바 있다.

이처럼 성모 마리아가 ‘평화의 모후’로 불리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에서 비롯된다. 주님의 겸손한 종으로서 평화의 왕인 예수 그리스도를 동정의 몸으로 잉태함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도래하도록 했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침으로써 세상을 평화롭게 하신 십자가 아래 서 계셨다. 또한 당신 스스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평화의 사도가 됐다.

◎ 성모님의 평화 메시지

오늘날에도 성모님은 여러 곳에서 발현해 “나는 평화의 모후”라며 세상의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촉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성모 발현은 파티마의 발현을 통해 전해 주신 평화의 메시지이다.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파티마에서 루치아, 히야친타, 프란치스코 등 3명의 어린 목동들에게 발현한 파티마의 성모는 특별히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간곡하게 요청했다. 파티마의 성모는 1917년 5월부터 10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발현해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것과 죄인을 위해 희생할 것, 그리고 성모성심을 공경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끊임없는 기도, 희생과 보속을 통해서만 세계의 평화와 러시아의 회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하느님은 성모 마리아를 통해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냈고, 오늘날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온 인류에게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한국교회와 성모 마리아

한국교회의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사랑은 각별하다. 1838년 12월, 제2대 조선대목구장 앵베르 주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으로 정해줄 것을 교황께 청했고,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이를 승인함으로써 성모 마리아는 한국 민족과 교회를 돌보는 수호성인이 됐다.

모진 박해를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신앙선조들은 혹독한 고난 속에서도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구하며 굳건하게 신앙을 지켰다. 이후 광복절이 성모 승천 대축일과 겹친 것이 한국교회의 수호성인인 성모 마리아의 보살핌 결과라는 믿음이 확산됐다.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 성모신심이 더욱 널리 퍼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