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장해봉 군의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8-07 수정일 2018-08-08 발행일 2018-08-12 제 3107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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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으로 신앙생활 이어가려 애쓰죠”
미사 음악·사회·독서 봉사하며 늘 성실하게 맡은 일에 최선
“군종장교 같다” 이야기 듣기도
지난해 ‘최우수 교관’에 선정 맡은 임무도 신앙생활도 으뜸

장해봉 군의관.

의무 주특기 장병들을 양성하는 교관이자 한 명의 신앙 사도로서 삶을 실천하는 군의관이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에서 감염병연구과장으로 일하는 장해봉(에바프라) 군의관(소령(진)) 이야기다. “군의관이 아니라 군종장교 같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장 소령(진)이 천주교 신자로 신앙생활을 한 것은 3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군대에 와서 세례를 받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까지 당장 눈앞의 일이 바빠 신앙생활에는 관심을 기울이기가 힘들었다. 그를 지도하던 대구가톨릭대 서헌석(그레고리오) 교수가 가톨릭 신앙을 권유하자 “군에 입대해 시간 여유가 생기면 신앙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5년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6주간 군사훈련을 받으며 부대 내 문무대성당에서 ‘에바프라’라는 흔치 않은 세례명을 택해 세례를 받았다. 서헌석 교수가 세례와 견진성사 대부를 섰다.

군의관이 된 후로는 대전 유성 국군의무학교(2015년 4월~2018년 4월)와 국군의학연구소(2018년 4월~현재)에서 보직을 맡아 교관과 부서장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군종교구 자운대본당 성루카성당(공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자운대본당에서는 자운대 지역 의무부대(국군대전병원, 국군의무학교, 국군의학연구소, 국군간호사관학교) 병사들과 생도들이 신앙생활 하는 성루카성당의 모범 신자로 장 소령(진)을 꼽는다.

장 소령(진)은 “말보다 행동으로 나타나는 신앙이 제가 생각하던 종교관에 부합해 세례를 받았다”고 입교 동기를 설명했다. 세례명 ‘에바프라’에 대해서는 “사도 바오로가 콜로새서에서 ‘사랑하는 동료이자 충실한 일꾼’이라고 소개한 인물”이었다”며 “그 외에는 알려진 사실이 적지만 에바프라 성인이 다른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도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을지를 묵상하고 그 모습을 닮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주위 신자들과 장병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장 소령(진)은 2017년 ‘최우수 교관’으로 선정될 만큼 부대에서 맡은 직무에 충실한 가운데 자운대본당 루카지회 총무로 봉사하면서 미사 음악 담당(기타, 드럼), 사회와 독서 등 자기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성경필사와 성지순례에 힘써 왔다. 특히 올해 5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열린 제60회 국제군인성지순례에서는 군인신자들을 대표해 기수단의 일원으로 행진하기도 했다. 유아 세례나 장병들의 세례 대부도 요청만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선다. 장 소령(진)의 대자들로만 ‘소대’ 구성이 가능할 정도다.

그의 군복무 철학은 ‘병사들을 대할 때는 친한 형처럼 또한 기댈 수 있는 상급자가 되기를, 동료들을 대할 때는 친한 친구처럼, 가장 믿음직스러운 협력자가 되기를, 상급자를 대할 때는 친한 동생처럼, 신뢰받는 일꾼이 되기를’이다. ‘신앙 철학’으로도 들린다.

장 소령(진)은 특별한 신앙체험을 하나 들려줬다. 그에게서 의무병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주특기와는 무관한 부대에 배치 받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울먹이는 일이 있었다. 장 소령(진)은 잘못된 자대배치를 바로잡기 위해 육군본부와 의무사령부에 이메일을 보내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전화를 돌렸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육본을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여러 사단에 부대 편제 수정을 요청했다. 결국 제자들을 모두 구제했다.

장 소령(진)은 “뜻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길을 만들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군 의료체계 개선에 작은 보탬이 되자는 마음으로 장기 복무를 신청해 군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0일 군종교구 성루카성당에서 세례성사 대부를 서는 장해봉 군의관(맨 오른쪽).

지난 5월 20일 프랑스 루르드에서 진행된 제60회 국제군인성지순례에서 기수단으로 행진하는 장해봉 군의관(맨 왼쪽). 장해봉 군의관 제공

■ 국군의학연구소

국군의학연구소 전경.

대전 유성에 위치한 국군의학연구소는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기관으로 군내 예방의무 기능을 하는 부대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8월 16일 임시수도 부산 아미동에서 육군중앙병리시험소로 창설돼 1958년 4월 5일 부대 명칭이 육군중앙의무시험소로 바뀌었다.

이후 1963년 8월 18일 부산에서 대구로 부대를 이전했고 1971년 7월 11일 국군중앙의무시험소로 다시 부대명칭을 변경했다. 1996년 9월 12일에는 현재 위치인 대전으로 부대를 옮겼으며 2001년 10월 20일 국군의학연구소로 부대명칭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화생방전 발생 시 환자 치료에 관한 의학적 연구, 역학조사와 보건관리 연구, 해부병리학적 검사, 군 작업환경 및 작업자 보건관리, 군용식품 검사, 먹는 물 수질검사 등을 맡는다. 이 외에 군용동물(군견, 군마 등) 진료, 유전자 은행 운용, 수의예방 활동 등의 업무도 담당한다.

그 밖에도 육해공군 의무실무자의 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소집교육, 유해환경 개선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연구소장 밑에 감염병연구과, 특수환경연구과, 생물학전대응과, 진단검사실, 기획관리실, 감염·특수환경연구센터 등 모두 6개 부서를 두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