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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반도 평화방정식과 우리의 역할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7-31 수정일 2018-07-31 발행일 2018-08-05 제 310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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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신경전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특히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 차이는 더욱 문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직접 전쟁을 치르고 세월이 지나 국교 정상화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중국 및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그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1971년 핑퐁 외교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으며,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북경을 방문하며 역사적인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는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의에서 채택되고 나서, 1979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핑퐁 외교 이후 7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과 1973년 평화협정으로 베트남전을 끝내고 철수했지만, 1975년 베트남이 공산당 주도로 통일이 된 이후 경제 제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1986년 베트남은 ‘도이모이’라는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후, 1989년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시작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1991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1995년 베트남과 국교 정상화를 했다. ‘도이모이’ 이후 9년 만에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것이었다.

이 사례에서 중국이나 베트남 모두 개혁개방에 나선 이후 미국과 관계 개선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국 및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 이면에는 각각 소련과 중국이라는 더 큰 적에 대한 견제라는 국제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다. 현재 미국은 자신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중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에 나선다면 북미 관계 개선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중국과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직접 안보 위협을 받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현재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직접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안보 불안에 대해서는 미국이,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장하는 것으로 한반도 평화 방정식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북한과 미국이 동의할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 될 것이며, 그 첫 단추가 연내 종전선언의 성사와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이 될 것이다. 마침 북한도 최근 동창리 미사일엔진실험장과 ICBM 관련 시설 해체에 나서면서 미국과 우리의 호응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하느님이 비핵화와 경제 재건을 하겠다는, 자신들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북한에 대해 우리에게 묻는다면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창세 4,9)한 카인과는 다른 응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