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영과 육의 조화를 위해 / 노희철 신부

노희철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8-07-31 수정일 2018-07-31 발행일 2018-08-05 제 310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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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는 매년 초 ‘총장신부님배 축구대회’가 개최된다. 두 달여에 걸친 예선전을 거쳐 폐막식 날 결승전을 갖는다.

그런데 결승전을 하기 전, 이벤트 게임으로 신부님들과 각 학년 대표들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린다. 평균 50대의 신부님들과 20대의 학년 대표들 친선경기는 당연히(?) 신학생들이 아닌 신부님들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패기와 젊음을 간직한 신학생들이 당연히 경기에서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신학생들이 신부님들께 양보의 미덕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신부님들의 축구 실력도 상당하다. 신부님들 가운데에는 신학생 시절 각 반의 축구대표를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분들도 많다. 그래서 축구를 잘 하면 교수신부님이 될 수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3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신학생들은 축구를 보는 것도 직접 뛰는 것도 모두 즐겼다. 그래서 신학생들은 대체로 상당한 축구 실력을 갖췄다. 한번은 신학생들이 신학교 인근에 있는 군인들과 친선 축구경기를 해서 상당한 골득실로 승리를 한 적도 있었다. 그 결과 군인들이 얼차려를 받고, 더 이상 친선경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데 요즘 신학생들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적고, 축구를 잘 하지도 못한다. 실제로 축구 경기 중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해, 공을 몰고 가다 골대 앞에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골대를 들이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급기야 2년 전부터 신학교에 축구코치를 영입해서 축구교실을 열고 있다. 외출이 안 되는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축구의 기본기부터 다양한 축구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 결과 신학생들의 축구 실력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신학생들 스스로 축구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영혼과 육신과 정신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 어느 한 부분만 편중되게 성장하면, 균형감각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며, 열심히 놀고, 열심히 즐기며, 열심히 사색하며, 열심히 기도하며, 열심히 고민하며, 열심히 갈망하며, 열심히 친구를 만들며, 열심히 인생을 탐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루카 7,34)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바리사이의 초대는 물론이요, 부자인 라자로와의 친교도 격의 없이 나누셨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모든 이들과 자유롭게 사셨듯이, 우리의 삶도 편중되지 않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된 삶으로 나아가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교황님도 프로 축구팀에서 불렀다고 하던데!!!”

노희철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