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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희년]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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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보시기 아름다운 세상
 생명공동체 운동으로 이뤄야”

서울 봉천동 가톨릭농민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한길 회장은 “생명 농업을 이어가는 농민들의 삶을 지지할 때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당부한다.

“농업이 경시되는 상황에서도 땀을 흘려 농사짓는 농민들이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농사일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가톨릭농민회 정한길(베네딕토) 회장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농민을 위한 기도문’이 먼저 보인다. ‘농업이 경시되는 상황’이라는 문구처럼 정 회장은 “일용할 양식을 생산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함에도 농민이 소외되고 농업이 천시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사를 지어야 환경이 보존되며 안전한 우리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정 회장은 “농업은 그 자체로 공익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농업의 가치는 폄훼됐고 농촌의 공동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 회장은 “농민들을 존중하고 특히 생명 농업을 이어가는 농민들의 삶을 지지할 때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합당한 생명 친화적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이웃과 모든 생명과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가톨릭농민회’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다.

전국 75개 분회, 908세대가 가톨릭농민회의 회원으로 생태적 농촌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고 있지만 농촌 인구의 감소, 고령화 문제는 가톨릭농민회도 예외가 아니다. ‘귀농’, ‘귀촌’ 바람이 불며 농촌을 찾는 이들이 늘고 그 가운데는 가톨릭농민회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농민회의 지향을 실천하는 삶은 무척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귀농인들이 농민회에 합류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비료, 농약을 거부하고 생명 친화적인 농사를 지으며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우선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정 회장은 “가톨릭농민회가 펼치는 생명 공동체 운동이 교회 전체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돼야만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체를 이뤄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 비단 가톨릭농민회 회원들만이 추구해야 할 삶의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값진 조언이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