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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미중 갈등과 남북 협력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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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냉전체제가 소련의 붕괴 뒤 탈냉전체제로 전환되면서 미국은 명실상부한 패권국가로 등장했다. 그런데 패권국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80년대 중반 이래 막대한 규모로 누적됐으며, 미국은 국채를 발행해, 즉 빚을 내서 적자를 메꾸고 있다. 역대 미국 정부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현재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노골적인 무역전쟁을 통해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있다.

대미 교역 국가들 중에서 최대 흑자국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시진핑 주석 등장 이후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소위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야망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 시절,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대미 무역 최대 흑자국인 중국을 중요한 타깃으로 무역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무역 문제에서 비롯된 관세 부과뿐만 아니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으며, 중국이 자국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대만에 대해서도 미국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압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북미 관계 개선 역시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과의 관계를 미국이 개선해 북중 동맹에 일정한 틈을 벌이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도 이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 간의 패권 경쟁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다.

우리에게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며, 중국은 최대의 무역 상대국이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를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면 미국에게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꼭 필요한 한미 동맹을 제공할 수 있고, 중국에게는 산업계에 꼭 필요한 무역 관계의 확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우리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남북 협력의 확대를 통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의 국제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등 세계적인 열강들에게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우리의 가장 약점인 분단을 역으로 남북 협력을 통해 우리의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집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시편 118,22)이 된다는 말씀이 이 땅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이원영 (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