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기도를 통해 열매를 / 노희철 신부

노희철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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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까지 대학원 1학년생들의 영성지도를 담당했다. 대학원 1학년 과정은 ‘영성심화의 해’로 규정돼, 공부보다 영적 생활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신학생의 생활에서 공부와 영성 두 요소는 모두 중요하지만, 대학원 1학년 때는 영적 성장을 위해 더 매진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대학원 1학년은 신학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학년이다. 하지만 영성심화의 해 과정으로 인해, 대학원 1학년생은 신학교 행사와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기도와 관상에만 집중하도록 요청되어, 대신 대학원 2학년생들이 부제서품을 준비하면서 그 역할을 담당했다.

대학원 1학년생들은 학부 2학년생부터 가능한 주일 외출은 물론이요, 병원 진료를 위한 외출조차 조심스러워한다. 반면에 신학생들은 아침, 저녁에 행하는 기도시간은 어떠한 특별한 행사가 있어도 엄격하게 지켜야 하며, 매일 매일의 삶에서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확인하고 체험하도록 배정된 의식 성찰시간을 지키며, 기도한 내용을 지도신부와 함께 나누며 면담에 임해야 한다. 학생들 역시 스스로 이를 신학교 영성생활의 정점으로 생각하며 ‘하느님을 반드시 만나겠다’는 각오로 임한다.

또한 기도의 중요성이 머리와 가슴에만 머무는 데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기도한 바를 실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느님과의 만남이 머리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체득되도록 사랑 실천을 강조하는 바이다. 학생들은 기도의 열매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1층 로비에 계신 성모님은 하루에 목욕을 두 번 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학생들이 동시에 기도 실천으로 성모상을 청소하다 보니,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기도 실천사항으로 지도 신부님께 커피를 타드릴 때도 있어, 나는 마시기 싫은 커피를 연거푸 몇 잔씩 마셔야 하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기도의 열매는 이성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애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많은 신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기도생활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바쁜 현대 생활에서 기도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기도시간을 많이 배정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혹시 기도를 자신의 욕구와 원의를 채우기 위한 간청의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성 마더 데레사가 하루의 삶을 기도와 묵상으로 시작하며 빈자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은총을 청했듯이, 우리들의 기도 역시 애덕의 열매를 향해 승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기도만 하면 주님이 주실 무상의 선물에 자꾸 마음이 향하는 걸까!!!”

노희철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