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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구 ‘티모테오 순례길’을 걷다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8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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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로 뻗은 길 열정 다해 걸었다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너른 품에 안기라 하네

‘티모테오 순례길’을 걸으면 이처럼 푸르른 소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전국이 연일 찜통이다. 35℃를 웃도는 폭염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요즘,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짐에 따라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이맘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휴식’이 아닐까. 숨 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에게도 ‘쉼’이란 선물을 선사하자. 휴가철을 맞아 산과 강, 바다 모두를 느낄 수 있는 강원도 양양을 소개한다. 특히 올여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양양성당을 시작으로 명지리까지 이어지는 ‘티모테오 순례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춘천교구 양양성당. 고(故) 이광재 신부 석상이 세워져 있다.

■ 해돋이의 고장 ‘양양’

강원도 양양군의 지명은 도울 양(襄), 볕 양(陽)자를 써서 해가 떠오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일이 일출 명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붉게 물든 바다와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양양이다. 이 뿐인가. 천의 얼굴 ‘설악산’과 두 말 필요 없는 ‘동해 바다’, 국내 최대 연어 소상지인 남대천이 흐르는 곳. 오색령, 오색주전골, 하조대, 죽도정, 남애항, 낙산사 의상대 등 양양8경만 둘러봐도 산과 바다, 청정자연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다.

그중에도 설악산은 꼭 찾아야할 명소다. 1시간에서 1박2일 코스까지 다양하게 조성된 등반코스는 다채로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도록 여행자들을 배려한다. 천불동계곡, 가야동계곡 등 투명하리만큼 깨끗한 옥빛의 계곡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전해준다. 한 폭의 명화처럼 펼쳐진 기암절벽 또한 장관을 이룬다.

자녀들과 함께라면 낙산해수욕장과 오산해수욕장을 찾아 해수욕을 즐겨도 좋다. 국내 서퍼(surfer)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동산해변, 죽도해변, 하조대해변은 서핑 명소다. 서핑을 비롯해 바다낚시, 스쿠버다이빙, 요트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양양이다. 아이들을 위해 양양곤충생태관과 양양에너지팜을 방문해 유익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이다.

오산해수욕장.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해수욕장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다소 적은 곳으로 가족이 함께 해수욕하기 좋은 해변이다.

■ 고(故) 이광재 신부 기리는 ‘티모테오 순례길’

티모테오 순례길의 표시목. 방향을 가리키는 표시목이 보이면 찬찬히 살펴봐야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다.

‘티모테오 순례길’은 양양본당 제3대 주임 고(故) 이광재 신부(1909~1950)를 기리는 길이다. 순례길 이름도 이 신부의 세례명에서 따왔다. 이 길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 강점으로부터 벗어난 후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신앙과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은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걸었던 길이다.

티모테오 순례길은 양양성당 이광재 신부 순교각에서 시작한다. 순례길은 3시간30분 소요되는 1구간(양양성당-군청4거리-양양 신교-미곡처리장-송이밸리자연휴양림-구탄봉-오상영성원-부소치재, 총 11㎞)과 6시간 거리의 2구간(양양성당-군청4거리-양양 신교-미곡처리장-송이밸리자연휴양림-구탄봉-오상영성원-부소치재-안골 명지리, 총 18㎞)으로 조성되어 있다. 2구간은 평소 산행에 익숙한 신자에게 추천한다.

당시 양양성당은 38선 북쪽 12㎞ 지점에 있어 이북에 속했다. 이광재 신부는 당시 공산당의 박해를 피해 내려온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숨겨주고, 그들이 38선을 무사히 넘을 수 있도록 도왔다. 실제로 순례길을 걸어보면 신앙선조들이 삼엄한 경비를 피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만 했을지 짐작이 된다.

티모테오 순례길 대부분의 구간은 임도로 조성돼 걷기에 수월하다. 급격한 경사와 내리막이 있는 곳도 거의 없다. 걷는 내내 솔 내음을 맡을 수 있기에,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산악자전거 동호인이라면 산악자전거로 순례해도 충분히 좋을 것이다.

티모테오 순례길 종착지인 안골 명지리 순례길 안내판.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