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여성 우월주의 성향 네티즌 ‘성체 훼손’ 논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8-07-11 수정일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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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여성 우월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성체를 불태웠다”는 인증 글과 사진이 게시돼 충격을 주고 있다.

7월 10일 워마드 사이트에는 한 네티즌이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네티즌은 성체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낙서한 뒤 직접 불태우는 사진까지 첨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네티즌은 게시물에서 “부모님이 천주교인이라 강제로 끌려가 성당에 가서 성체를 받아왔다”며 “여성 억압하는 종교들 다 꺼져라”라고 밝혔다. 또한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는데 천주교를 존중해 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이 네티즌은 이어 “밀가루로 만든 건데 예수X놈의 몸이라고 숭배한다”며 성체를 직접 불태웠다.

이 사태에 대해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김기태 신부(인천가톨릭대 전례학 교수)는 “극단적인 종교 혐오 태도”라며 “생각이 다르면 반론을 제기할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성체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훼손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보편적 여성인권주의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개인의 비정상적 일탈 행동이 여성인권을 강조하는 분들까지 혐오스럽게 바라보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 윤종식 신부(의정부교구)도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은 신학적 논쟁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분이 어떻게 성체를 가져갔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기회에 신자들이 성체를 함부로 대하거나 집으로 가져가는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일선 사목자가 각별히 주의를 줄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날인 1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워마드 성체훼손 사건 교황청과 주교회의가 함께 경찰 수사 촉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워마드 성체훼손 사건은 일반 국내 사건이 아닌 국제 이슈가 될 문제”라며 “성체 훼손은 천주교에서 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범죄에 속한다. 국가적 망신”이라는 글을 남겼다.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입장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룩한 성체(聖體)를 모독하고 훼손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도를 넘는 일탈이라 하더라도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종교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온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고 심각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지극한 공경의 대상입니다. 천주교회는 신자들이 성체를 지극한 정성으로 받아 모시고 최상의 흠숭으로 경배하며 최고의 존경을 드려야 한다고 항상 가르쳐 왔고(교회법 제898조 참조), 성체가 모독되지 않도록 온갖 위험에서 최대한 예방하고 있습니다(교회법 제938조 3항 참조).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입니다. 이런 모독 행위에 대해 천주교는 “성체를 내던지거나 독성의 목적으로 뺏어 가거나 보관하는 자는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교회법 제1367조)고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성체에 대한 믿음의 유무를 떠나서 종교인이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으며,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종교인에게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법적인 처벌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성체를 모독하고 훼손하는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촉구하며, 이번 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모든 천주교 신자를 비롯하여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분과 함께, 우리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2018년 7월 11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