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나의 밀밭’ 가꾸는 새내기 이하연씨
몸은 고돼도 아침에 눈뜨는 순간 “오늘 하루가 행복해요”
“그리스도인은 보다 생명 친화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귀농 2년차, 이하연(니나·39·전주교구 순창본당)씨는 “저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면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보호하며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농사를 지으며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생명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농사는 생명을 키우는 삶”이라면서 “그래서 더 농사를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싶어서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20여 년 동안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계속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소비적인 도시생활에 회의감을 느껴 순창으로 홀로 귀농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제가 농사지은 것을 마음 가는 대로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귀농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다.
“직장 다닐 때와는 달리, 아침에 눈뜨는 순간이 행복해요. 농사를 짓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제가 선택한 일이라 그런지 하루하루 만족감이 높아요. 이곳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적게 벌고 적게 쓰자’는 마음으로 순창으로 내려왔지만, 농사를 시작하는 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귀농 첫 해는 퇴직금으로 버텼지만, 이후에는 밭 임대료와 퇴비 값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농사에 적응해 나갔다.
농사 첫 해에는 호미를 던지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밀밭에 파묻혀 있던 비닐을 걷어낼 때다. 1652.89m²(500평)에 달하는 밀밭에서 비닐을 걷어내는 데 20일이 걸렸다. 그는 “농사는 시기가 중요한데, 하루 종일 해도 한 고랑밖에 못 했다”면서 “호미를 던지고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현재 그는 ‘니나의 밀밭’을 운영하며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했다. 첫 해에는 밀 120㎏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그보다 많은 200㎏을 수확했다. 그는 유기농법으로 밀 농사를 지으며, 직접 재배한 밀로 ‘천연 발효 빵’을 만들어 판매한다.
‘니나의 밀밭’에서 그는 ‘천연 발효 빵 & 술 체험 농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서울대교구 신학생들이 이곳에서 체험을 하기도 했다. 또 작은 텃밭을 가꾸며 땅콩호박, 방울토마토, 상추,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을 기른다. 그는 “여유롭게 살고 싶어 농촌으로 왔는데, 사실 농부의 삶은 도시생활 보다 더 바쁘다”고 말했다.
그가 성공적으로 순창 지역에 정착하는 데에는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연합회 순창분회가 큰 역할을 했다. 순창분회는 열린 마음으로 귀농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회원들은 대부분 30~50대로, 농촌인구 중 젊은 층에 속하는 이들이 많다. 순천본당 신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현재 12농가 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귀농한 이들이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농사에 대한 정보는 물론, 농촌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가족처럼 힘을 모으고 있다. 그는 “회원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된다”면서 “아무 연고 없이 무작정 귀농했지만, 분회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세례를 받은 그는 “신앙도 농사도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다”면서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농사는 저에게 기도 같아요. 밭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도시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은 여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