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 아내 역시 남편 하기 나름 긍정적인 부부 관계 위해선 신뢰가 최우선 새 생명 탄생시키며 하느님 창조사업 동참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며, 부부 역시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곧 인간이 상대적인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간악한 아내는 남편을 천하게 한다’(「명심보감」 ‘부행편’)는 말이 있다. 남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내가 변하듯이 아내의 태도에 따라 남편의 위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어지거나 악한 아내는 남편에게 그렇게 대할 것이고, 그 영향으로 자연히 남편이 귀하거나 천박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의 태도에 따라 응대할 것이고, 주위 사람들 역시 그런 아내의 태도를 보며 그 남편을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는 입장을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협력자의 관계다. 가정의 대소사를 서로 의논하여 원만하게 해결하는 한편, 상대방의 단점과 결점을 메워주는 상생의 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부부는 함께 도를 닦는 벗인 도반과 같다. 그래서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 모양이다. 함께 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식성과 차림새가 비슷해지고, 심지어 생각과 말과 행위마저 닮아간다. 결혼하여 함께 오래 산 부부를 마치 오누이와 같다고 하는 말이 그르지 않다. 부부는 같은 향기와 냄새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던 때의 일이 이와 다르지 않다.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18-24) 아담과 하와는 협력자의 관계로 세상에 태어났다. 우월적이고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대등한 존재로 이 땅에 섰던 것이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남편은 아내가 하기 나름이고, 아내 역시 남편이 하기 나름이다. 서로 기대고 사는 부부는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변화해가는 것이다. 부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우선이다. 상대방을 믿을 수 있을 때 진심으로 사랑할 수도 있고, 공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신뢰가 깨지는 순간, 공연히 상대방을 의심하고 증오하는 병리적 현상에 빠지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공경은커녕 더 이상의 애정도 있을 수 없다. 부부의 협력과 신뢰는 혼인 불가해소성(마태 19,5-6)의 전제 조건이 된다.김문태 교수(힐라리오) rn서울디지털대학교 교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