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분단의 상징에서 화해의 장소로 / 신동헌 기자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0 발행일 2018-07-15 제 310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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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의 방한을 취재하기 위해 판문점을 찾았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면 상당히 긴장했다. 군인들의 눈빛과 삼엄한 경계 탓도 있었을 것이다. 헌병들이 허리춤에 찬 권총도 한몫했다. 몇 단계의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자를 위축 들게 만든 것은 역사적인 장소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었다.

문득 지난 5월 다녀온 독일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일의 분단 현장은 너무 자유로웠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장벽 일부에 조성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분단 당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장벽을 넘다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작품 앞에서야 이곳이 비극의 장소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경계에 있던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엄한 경계 대신 연합군 복장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독일의 분단은 과거이지만 우리의 분단은 오늘이다. 갤러거 대주교는 JSA 안보견학관에 도착해 방명록에 “분단의 상징이 미래에는 희망과 화해의 장소가 되기를 기도한다”는 글귀를 남겼다. 갤러거 대주교의 바람처럼 판문점이 평화의 장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통일이 아니더라도 판문점의 날 선 경계가 무뎌지고 좀 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되길 바란다. 다음에 판문점을 방문하게 될 때는 마치 공원을 가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길 희망한다.

신동헌 기자